"노량진 '썩은 대게' 논란 사실은…"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입력 2024-01-03 15:39
수정 2024-01-03 16:31

껍질이 검게 변한 대게를 팔아 '썩은 대게' 논란을 빚은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이 영업 정지를 당한 가운데, 수산물 전문가가 "썩은 대게가 아닐 것 같다"는 의견을 내 주목된다.

유튜브 채널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는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는 2일 영상을 올려 지난해 말 논란이 됐던 일명 '노량진 썩은 대게 사건'에 대해 말했다. 그는 "정상품으로 보이진 않는다. 처음엔 무심코 넘어가려다가 자세히 봤더니,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썩은 게가 아닐 것 같다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운을 뗐다.

김씨가 다룬 사건은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으로 화제를 모은 것으로, 글쓴이는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사 온 게가 썩었다. 생선 썩은 듯한 비린내가 진동했다"고 주장하면서 사진을 올렸다. 해당 상인은 항의에 "알고는 안 판다. 믿어달라"고 했지만, 글쓴이는 "위쪽은 그나마 깨끗한 걸 올려놔 그럴싸하게 꾸민 것"이라고 일축했다. 수협노량진수산은 징계위를 열고 검게 변한 대게를 판 상인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공개된 사진을 보며 대게에 '흑변 현상'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대게 다리 전체가 까맣다기보다는 갈라진 틈 부분, 바깥 공기와 맞닿는 부분과 관절 부분이 까맣다. 공통점은 산소가 드나들고 맞닿는 부분이다. 한 마디로 산화의 흔적"이라며 "이를 흑변 현상이라고 하는데, 대게를 많이 먹는 일본에서도 한창 문제 됐다가 오해가 풀린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대게나 킹크랩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티로신'이라는 물질을 갖고 있다. 티로신이 체액과 피에 들어있는 '티로시네이스'라는 화합 물질과 산소를 만나 산화가 일어나면 멜라닌 색소 침착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산소와 맞닿는 부분이나 갈라진 틈새가 먼저 까매지고, 이후 전체적으로 번진다고 김씨는 부연했다.


김씨는 대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인들조차 이런 현상을 모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생 대게를 팔아도 모를 수 있다. 대게를 수조에 넣고 95% 이상은 산 채로 판매한다"며 "손님이 찾으면 수조에서 꺼내 바로 찜통에 찌기 때문에 흑변 현상을 볼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문제가 된 대게가 산소와 맞닿는 부위가 넓은 '절단대게'였던 점, 해당 손님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점 등을 이유로 흑변 현상이 빠르게 일어났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학생이 1시간 이상 정도 걸려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다. 추정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에) 난방을 많이 틀어놔서 흑변 현상을 촉진했을 수도 있다"며 "혹은 시장에서 이미 흑변 현상이 있었는데 못 보고 샀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안 좋은 냄새가 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게는 자연스러운 비린내를 품고 있다"며 "육안으로 봤을 때 시커멓기 때문에 냄새가 왠지 썩어서 나는 냄새 아닐까 하고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썩은 대게에서는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판매자나 구매자나 잘 몰라서 생긴 오해 같다"며 "상인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