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나친 세 부담이 국내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제 불확실성으로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상품으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해외 주식·채권 등은 연 수익 250만원 초과 투자자)에게 20~25% 세율로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세제를 선진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당초 2023년 1월부터 도입하려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2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반대했지만 여야는 결국 2022년 12월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 1월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금투세 도입이 유예됐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2025년 이후가 불확실하다고 우려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개인투자자의 세 부담이 커진다”며 “한국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야당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다. 금투세를 폐지하려면 소득세법을 바꿔야 하는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법 개정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오는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폐지 여부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140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22년에도 민주당은 정부의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제안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시해 찬성으로 돌아선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투세 폐지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심리적인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며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 증시 성장을 막는 각종 자본시장 규제도 대대적으로 풀겠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훌륭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주식시장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에도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라며 주식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국민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각종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ISA 비과세 범위를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예금, 적금,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 통합계좌다. ISA에서 발생하는 수익에는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 안팎에서는 비과세 한도를 300만~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비슷한 효과를 내는 자산 형성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도병욱/선한결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