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이하 특검)을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일컫는 '김건희 특검'이 아닌 "도이치 특검"이라고 부르자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신년 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특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건희 특검' 대신 '도이치 특검'이라고 표현하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도이치 특검은 여러 차례 총선용 악법이라고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검이 야당에 의한 '정치 공세'임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특정인의 실명으로 법안의 별명을 만드는 '네이밍 법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 '장제원 방지법' 등 네이밍 법안을 두고 그간 정치권에서는 '상대 진영 비난에만 급급해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한 재선 의원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네이밍 법안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의제를 상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김영란법', '민식이법', '윤창호법'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면서도 "상대 당 의원 이름 붙이는 법안은 대개 국민들 보시기에 비난에만 급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실 선임 비서관은 "법안은 일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한 사람만을 저격하는 마치 특별법처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인들이 봤을 땐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즉각 한동훈 위원장에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의 실명을 법안과 관련해 거론하면서 법안 명칭을 부르는 일들이 지금까지 있어왔지만, 이것이 바람직한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법안(특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법이라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법률로 명칭을 붙이는 게 바람직한 거 아닌가. 정치적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고, 법명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자체가 정치권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도이치 특검'이라는 표현에 반발하고 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갑자기 김건희 특검을 도이치 특검이라고 부르던데 언제부터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 여사'로 개명한 것이냐"며 "김건희 특검을 도이치 특검이라고 부르는 건 어디 사투리냐"고 비판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한 위원장이) 대중들과 싸우고 있는 중"이라며 "아무리 이런 견강부회를 한다고 해도 국민 여론이 잠재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