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쓴 돈이 지난 2년여간 700억달러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긴축 지속과 강(强)달러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시장 안정을 위해 당국이 달러를 내다 판 영향이다. 이 같은 개입에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외환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외환시장 순거래액(외환 매입액-외환 매도액)은 2021년 3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 아홉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순거래액은 -706억9600만달러로 집계됐다. 분기별 평균 환율로 환산하면 -89조7744억원에 이른다.
2021년 3분기 -71억4200만달러이던 순거래액은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뚫은 2022년 3분기 -175억4300만달러로 증가했다. 한은이 분기별 외환 순거래액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3분기 이후 최대 순매도 규모다. 2023년 들어서도 1분기 -21억달러, 2분기 -59억7300만달러, 3분기 -35억2900만달러 등 순매도가 이어졌다. 4분기에도 외환 순매도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10월 1363원까지 오르는 등 원화 약세가 나타나서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개입에도 환율 변동성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2023년 원·달러 환율의 하루평균 변동폭은 6원11전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은 2022년(6원49전)보다는 변동폭이 소폭 축소됐지만 외환시장 개입이 적었던 2021년 하루평균 변동폭(3원62전)에 비해서는 1.7배 컸다.
3분기 이후에도 환율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다. 2023년 9월 평균 4원5전이던 전일 대비 변동폭이 11월(8원22전)과 12월(7원61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변동성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금리정책 전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리 변동으로 해당국 통화 가치가 변하면 이에 연동해 원화 가치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