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여전히 3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지지층만 의식하는 양극단의 진영 정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층을 얼마나 끌어들이냐가 총선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지만, 양당이 이른바 ‘팬덤’을 포기하고 외연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이 32%(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p)로 집계됐다. 국민의힘(30%), 더불어민주당(29%) 지지율보다 높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는 44%에 달했다. ‘진보’(24%) ‘보수’(20%)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2일 시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도 무당층은 11%로 직전 조사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36.7%에서 39%로 올랐고, 민주당 지지율은 44.7%에서 41.6%로 3%포인트 넘게 빠졌다.
무당층 비율이 고공행진하는 건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주도의 극단 정치에 등 돌리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양당 지지율은 굵직한 정치 이슈가 발생하면 5%포인트 안팎 오르고 내리지만, 무당층 비율은 일정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지금처럼 극단적 주장만 해서는 총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다양한 메시지를 내 중도층을 흡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중도층 표심을 잡으려는 노력 대신 ‘집토끼’를 겨냥한 강성 메시지만 쏟아내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진보 성향 단체가 주최한 집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형수(김건희 여사)를 지키러 나왔다”며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지키고, 알아서 짖는 것. 그것이 개들의 맹종”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 등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양당 지도부가 외연 확장보다 주류 중심의 당내 통합에 무게를 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통상 총선이 다가오면 정치권이 정쟁을 줄이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흐름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주연/한재영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