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새해 첫주 대전·대구·광주·청주·수원·원주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방문하는 광폭 지방 행보에 나선다. 지난 연말 비대위와 지도부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 의지를 나타낸 데 이어 새해에는 지역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위원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국민의힘부터 변화하겠다. 무기력 속에 안주하거나 계산하고 몸 사리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1일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새해 활동을 시작한다. 2일부터는 지방 행보를 본격화한다. 오전에 대전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후 오후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시당·경북도당 합동 신년 인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4일에는 오전과 오후에 각각 광주와 충북 청주를 찾는다. 광주에서는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가 예정돼 있다. 5일에는 수원 경기도당, 8일에는 원주 강원도당에서 열리는 신년 인사회에도 참석한다.
정치권에서는 5·18 민주묘지 참배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의 메시지를 통해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20년 8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보수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2023년 10월 30일 혁신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의 약점으로 꼽히는 ‘노쇠한 영남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고 분석한다. 앞서 한 위원장은 당 사무총장에 충남 보령·서천을 지역구로 둔 초선의 장동혁 의원을 임명했다. 김기현 지도부 당시 ‘영남 일색’이라고 평가받았던 당 3역에는 이제 대구 달서을을 지역구로 둔 윤재옥 원내대표 한 명만 남게 됐다.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들의 평균 나이도 크게 낮아졌다. 지명직을 포함한 비대위원 9명의 평균 나이는 44.4세다. 지난 3·8 전당대회로 출범한 지도부의 평균 나이인 53.6세보다 10살가량 젊어졌다. 당 관계자는 “지지층의 세대와 지역이 한정돼 있는 국민의힘의 약점을 한 위원장이 집중적으로 건드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모두에게 지난해보다 나은 올해가 되도록 저와 우리 국민의힘이 한발 앞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국민의힘은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또 “동료 시민과 함께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 모든 국민의 삶에 집중하고 함께하겠다”며 “저희가 더 잘하겠다. 함께해달라”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