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웹툰 작가 출신 연예대상 수상자가 나왔다.
29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영예의 대상을 놓고 방송인 전현무, 기안84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왔던 가운데, 대상 수상자로는 기안84가 호명됐다.
기안84는 "MBC 방송을 보면서 자랐고, 아직도 '무한도전'의 '무한상사'를 돌려본다"며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저 대상받았다"며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 모든 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기안84는 또 "언제까지 제가 방송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즐거워 해주신다면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기안84는 이날 시상식 시작부터 '예비 대상 수상자'로 언급됐다. 기안84는 올해 '나 혼자 산다'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전문 예능인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줬다. 이날 기안84가 '나 혼자 산다' 테이블에 앉은 걸 두고 자리 배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예전에 (전)현무 형님이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을 같이 할 때 많이 놀렸는데"라며 곤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은 어느 프로그램이 받았으면 좋겠냐"는 이세영의 질문에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 않냐"며 "전 2개 모두 찍겠다"고 답했다.
라디오 신인상에는 SBS 출신인 김일중과 재재가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재재는 "이게 맞나 싶었고, 이렇게까지 얘기를 해도 되나 싶었는데 다 받아주시더라"라며 "또 다른 가족, 내 편이 생긴 거 같아서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몸담았던 회사가 있는데, 제가 나오면서 안 해도 될 일을 할 동료들이 있다"면서 '문명특급' 제작진들을 언급했다.
신인상은 이변 없이 '대세' 덱스에게 돌아갔다. 이날 MC로도 활약했던 덱스는 "대본에 없어서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우리('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팀)에겐 기안 84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해 기안84의 대상 수상을 기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덱스는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며 "저의 영원한 형제인 UDT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다"고 덧붙였다.
덱스와 함께 신인상을 공동 수상한 김대호 아나운서는 "직장인으로서 껄끄러운 후배였고, 선배였는데, 그런 저를 잘 보듬어 준 아나운서국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며 "일하느라 24시간이 모자란다는 말을 항상 했는데, 오늘만큼은 행복함에 24시간이 모자랄 거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오은영 리포트'의 오은영 박사도 이날 시사, 교양 부문 MC상을 받았다. 오은영 박사는 "기쁘다는 마음을 표현하기에 단어가 부족한 거 같다"며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에게 "진정한 어른의 역할을 하셨다"며 "일반인과 함께하는, 예민한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우리 팀은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베스트팀워크상의 '나 혼자 산다' 팜유즈는 "내년엔 살을 빼겠다"는 파격 공약이 담긴 수상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팜유즈 전현무, 박나래, 이장우는 먹는 것에 진심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장우는 "요즘 드라마 시장이 굉장히 어려운데 그 속에서 굉장히 저에게 힘을 많이 준 팀"이라며 "먹는 거로 스트레스를 풀고 음식 개발을 하고, 먹는 거로 네가 살아가라고 지침을 주신 것 같아서 이 상을 받고 싶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내년엔 우리 팜유즈가 살을 뺀다"며 "건강한 팜유즈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덧붙였다.
전현무는 "(이장우가) 드라마 섭외가 안 들어온다더니 순댓국집을 냈다고 기사가 났다"며 "저희는 계속 먹지만 내년부턴 건강하게 먹을 예정"이라며 보디 프로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박나래도 "먹는 것에 진심이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먹는 게 너무 좋다"며 "열심히 건강하게 먹겠다"고 인사했다.
'놀면 뭐하니'로 올해의 예능인상을 받은 유재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해준 멤버들, 그리고 오늘 함께하지 못했지만 고생했던 (정)준하 형, (신)봉선 모두 고마웠다"며 "올 한해 정말 열심히 했지만, 내년에 더 열심히 할 거다. 더 큰 웃음을 드리겠다"고 예고하며 포부를 전했다.
여자 우수상을 받은 '라디오스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장도연은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포효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장도연은 "아직도 제 이력에 '라디오스타'가 있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제가 하는 게 별로 하는 게 없다. 저도 민망했는데, 기안 84님이 오히려 속 시원히 '스튜디오 있는 사람들이 가만있는데 돈을 많이 받는다'고 언급해줘서 고마웠다"고 전해 폭소케 했다.
KBS에 이어 MBC에서도 우수상을 받게 된 주우재는 "놀랍게도 다른 방송사에서도 우수상을 받았다"며 "저에게 주어지는 무게감이 엄청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유)재석 형에게 자주 전화가 온다"며 "늘 하시는 말씀이 '고맙다'고 하시고, '동생들이 편해하는 거 같더라'고 해주신다. 그 말로도 저에겐 큰 목표가 이뤄진 거라 감사했는데 이런 상까지 받아서 더 감사하다"고 전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이영자는 공로상을 받은 후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는데, 동료 예능인 송은이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감동을 자아냈다. 이영자는 "그동안 많이 웃겼지만, 혼자서 많이 울기도 했다"며 "이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저 혼자 한 게 아닌 거 같다. 앞으로 화이팅의 박수를 뒤에서 많이 치고, 응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장우는 '나 혼자 산다'로 최우수상을 받은 후 "여자친구가 지금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결혼을 조금 미뤄야 할 거 같다"며 "'나 혼자 산다'를 조금 더 해야 할 거 같다"는 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장우의 욕망에 전현무는 "저런 말 괜찮겠냐"면서 우려를 보였을 정도.
한편 이날 시상식은 특별한 축하 무대로도 눈길을 끌었다. 오프닝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를 직장인의 마음을 담아 개사해 부르며 소름 돋는 몰입감을 선사했고, 조혜련은 "개그맨들 다 나와, 놀자"고 말하며 후배들을 모두 무대로 올려 순식간에 대규모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다음은 시상자 명단
▲신인상
'두시의 데이트, 재재입니다' 재재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 김일중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 풍자
'구해줘!홈즈', '학연', '나 혼자 산다' 김대호
'전지적 참견 시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덱스
▲올해의 작가상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유지혜 작가
'오은영 리포트' 이근영 작가
▲시사교양 MC상
'오은영 리포트' 오은영
▲ 특별상 라디오
'굿모닝FM 테이입니다' 딩딩대학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아량
▲ 특별상 시사·교양
'출발!비디오 여행' 김초롱, 김재우, (고) 김태민
▲ 멀티플레이어상
'전지적 참견시점' 유병재
▲ 베스트엔터테이너상
'구해줘!홈즈', '전지적 참견시점' 양세형
'안싸우면 다행이야' 붐
▲베스트 팀워크상
'놀면 뭐하니' 팜유즈
▲인기상
'놀면 뭐하니?' 원탑(유재석, 하하, 주우재, 이이경)
'나 혼자 산다' 코드 쿤스트
▲ 올해의 예능인상
'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기안84
'놀면 뭐하니' 유재석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전현무
▲ 베스트 커플상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빠니보틀, 덱스, 기안84
▲ 프로듀서 특별상
'라디오스타' 김구라
▲ 프로듀서 MC상
'복면가왕' 김성주
▲ 우수상
'이석훈의 브런치카페' 이석훈
'이윤석 신지의 싱글벙글쇼' 신지
'라디오스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장도연
'놀면 뭐하니',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주우재
▲ 공로상
'전지적 참견 시점' 이영자
▲ 최우수상
'김현철의 디스크쇼' 김현철
'구해줘!홈즈', '나 혼자 산다' 박나래
'놀면 뭐하니' 하하
'나 혼자 산다' 이장우
▲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 대상
'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기안84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