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2024년 증시 전망 - 걱정의 벽을 타고 상승

입력 2023-12-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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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 23년 증시는 현명한 선반영 메커니즘
23년 증시는 특이했다. 미국과 한국의 대다수 전문가집단(punditariat)이 부정적으로 예상했지만 미국 S&P 500과 한국 KOSPI는 각각 24%, 18% 상승했다. 리세션이 예상되었지만 팬데믹 이후 공급된 지나치게 풍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함과 동시에 미국 소비를 진작해서 글로벌 경제의 경착륙을 피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공급망이 회복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었다.

미국 기준으로 사실상 22년 상반기에 비공식적인 리세션이 지나간 셈이고 주가도 고점 대비 27%까지 하락하는 약세장을 경험했다. 드디어 23년 6월 초에 작년 10월 저점 대비 20% 상승하면서 강세장으로 진입했고 7월 26일 연준 금리가 5.5%로 인상되었지만 이는 이번 금리 인상 싸이클의 마지막 금리 인상으로 파악되며 11월, 12월의 강한 랠리로 이어졌다. 증시의 선반영은 내년인 24년에도 화두가 될 것이다.
중소형주 상승 시작
금리의 추세적인 하락은 저금리에 레버리지가 큰 미 상업용 부동산, 지방은행 그리고 중소기업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재택근무로 공실율이 크게 늘어난 대형 상업건물들도 유리한 조건으로 만기 연장이 진행될 수 있다. 미국에는 수많은 중소형 지역은행들이 있는데 저금리 환경으로 전환되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의를 요하던 대차대조표가 건전하게 바뀌게 되고 이는 지역 중소형 기업의 대출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

Russell 2000(미 대표 중소형 지수) 기업들의 대형주지수 대비 상대 PER은 닷컴버블 초기인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위 러셀지수는 이후 10여 년간 대형주 지수인 S&P 500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시총 1001위부터 3000위 까지의 중소형주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한국도 IT 및 경기민감 업종의 저금리 수혜업종들의 상승세가 예상된다.
수에즈 및 파나마 운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홍해에서 대형 상선을 공격했고 홍해를 통과하던 많은 상선들이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서 항해하면서 2주 이상 운송 기간이 늘어났다. 이는 아시아 - 유럽 항로의 컨테이너선 운임지수 급등으로 이어졌는데 문제는 파나마 운하도 가뭄으로 인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서 완벽하게 복구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원유 및 원자재 가격과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경비 역할 등으로 두 요인 모두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아서 악영향이 오래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 24년에도 원유의 가격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부동산은 부진, 제조업은 회복
트럼프 전대통령이 시작한 중국 견제와 전대미문의 팬데믹 봉쇄로 인한 중국의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는 중국 경기를 마비시켰고 외국인 투자를 고사시켰다. 24년에는 위기에 몰린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기대되고 이는 경기 순환적 반등 싸이클과 맞물려서 중국경기는 다소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는 디플레이션 국면인데 이는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침체에 더해 외국 투자 기업의 철수와 기업의 투자 지연으로 인한 고용 부진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중국 정부의 역할이 증가할 것이고 줄어든 재고를 채우는 리스토킹 싸이클이 주요 제조 업종(IT, 산업재, 소비재 업종 등)에 걸쳐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싸이클도 24년부터 완만하게 회복되어서 25년에 본격적인 상승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의 내년 경기 및 주식시장도 수년 간의 부진을 털고 상승으로 국면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많은 헤지펀드들이 중국 비중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중국의 회복은 탈중국 흐름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 및 증시에는 매우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23년, 24년 미국 EPS
주식시장은 이익과 타이밍의 함수인데, S&P 500의 EPS 증가율을 살펴보면 주식 시장의 선행성이 잘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향후 증시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는데도 유효하다. 22년 이익 증가율(EPS Growth Rate)은 5%였지만 주가지수는 20% 하락한 반면 23년 이익 증가율은 1% 였지만 주가지수는 24% 상승했다. 미 Factset(한국의 FnGuide에 해당)의 Earnings Insight 보고서에 의하면 24년과 25년 이익 증가율은 각각 12%, 11%로 예상되는데 주식시장의 선행성으로 인해 주가지수는 24년에는 상승하지만 25년에는 상승으로 마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 의회 예산국의 GDP 전망치가 24년 1.5%, 25년 2.2%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GDP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데도 기업 이익이 위 두 자리 수치 상승할 수 있는 것은 개인소비가 예상보다 덜 부진하면서 리세션을 비껴가고 달러 약세로 미국기업의 글로벌 매출이 증가하면서 제품가격이 인상되고 기업마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미루어진 수요가 진작되고 본격적인 Capex(설비투자) 싸이클이 후년까지 지속되면서 기업이익은 23년 4분기를 저점으로 25년까지 매분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여기에 약 2.5%에 해당되는 주식 Buyback(자사주 매수 및 소각)을 감안하면 24년, 25년에 각각 10% 내외의 이익 증가는 무난할 것 같다.
한국의 기업이익
한국의 기업 이익과 증시 추이도 미국처럼 지수의 이익 선반영 특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리 증시도 수십년 간 KOSPI 지수는 상장기업 이익 합계의 선반영 함수였다. 한국도 23년 KOSPI 기업이익 합계가 30% 하락했음에도 지수는 18% 상승(배당 제외)했고 24년과 25년 각각 50%, 20% 기업이익 증가가 지수에 23년과 24년 상승으로 선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년간 대표적인 이익 견인 기업들인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이익 증가 추세도 주가에는 올해와 내년 상승으로 선반영 될 수 있을 것이다. 위 두 기업과 주가 움직임을 같이하는 코스닥 IT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이익에 후행하지만 코스닥 기업의 거래소 기업 대비 주가 선행 특성을 고려하면 내년 말이나 후년 초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것은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은 삼성전자보다 조금 늦게 하이닉스와 고점을 같이 하는 추세인데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어서 소부장 내에서도 서플라이 체인 별로 고점을 달리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스닥 IT 기업들은 향후 2년 간 큰 폭의 이익 성장을 하겠지만 높은 밸류에이션과 내년 하반기부터 예상되는 공매도 재개로 전형적인 트레이더 마켓으로 전개될 수 있다. 상승장을 Base Case로 저점 매수와 고점매도의 기회가 상반기, 하반기 각각 한차례씩 전개될 수 있다. 어쩌면 올해와 유사한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로벌 증시는 모두 상승하고 미국은 상반기보다 하반기
24년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이연된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Capex(설비투자) 싸이클이 본격화되는 해다. 장기 통계 지표를 적용하면 미국 기준 약 10% 정도의 주가지수 상승이 전망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상반기 높은 변동성을 수반하는 횡보장세(혹은 소폭 상승)가 예상되는데, 이는 상반기 마이너스 GDP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배경을 보면 경기선행지수(Conference Board)는 2년째 하락하고 있고 수익률 역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동안 유지되었던 고금리가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달러 약세로 상반기 이익은 늘어나지만 올해 선반영된 11월 이후의 급등세와 낙관적인 장세 전망은 역으로 지수 급등과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소화과정을 필요로 한다.

인플레이션의 완만한 하락 만으로 기준 금리를 급히 내리긴 어려운 연준의 입장에서 내년 1분기 말쯤 리세션에 대한 논쟁이 다시 재연된다면 이는 2분기쯤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하반기에는 GDP와 기업이익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형적인 상승장이 펼쳐질 수 있다. 대통령 선거해는 불확실성의 특성으로 연 평균 대비 3%P 정도 덜 상승하지만 이는 여전히 8%의 상승을 의미한다. 대통령 선거관련 하락은 매수 기회이다. 트럼프 당선 때에도 그랬다.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 더 오른다
한국 GDP와 기업 EPS는 상반기에도 동반해서 상승하게 된다. 소비가 70%를 차지하는 미국은 내년에 서비스업 다운 싸이클을 맞이하지만 한국은 수출 제조업 중심의 2년 경기 업싸이클로 진입하게 되고 대형 수출기업들의 이익이 매분기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유럽보다 더욱 강한 경기 모멘텀을 확보하게 된다. 원화의 완만한 강세는 외국인 매수로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장기 약세 국면을 지속하면서 대체 시장 역할도 기대된다. 반면에 하반기 재개될 공매도 재개는 공급물량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데, 물론 선반영될 수 있는데 그 시점까지 많이 오르고 밸류에이션이 높은 업종이 공매도 주요 대상으로 부각될 것이다. 한국 KOSPI 기업 이익총계는 23년 40% 하락했지만 24년 50%, 25년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주식 시장은 24년 상승, 25년 하락이 장기 통계에 의한 예상분석 결과이다. 한국 증시는 상반기 하반기 모두 상승해서 미국보다 높은 상승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IT가 끌고 경기민감주가 민다
AI는 10년 주제이고 미국의 빅테크와 응용소프트웨어 기업이 올 성장을 주도했다. 한국은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제조업과 이를 한국기업에 응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24년에 더욱 부각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졌고 이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AI 수혜를 받으면서 이익 업싸이클에 진입하거나 파운드리 분야로 구조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2년 이상 이익을 증가시키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경기 업싸이클의 수혜를 받는 경기 민감주와 구조적 장기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방산 및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유난히 변수가 많다
한국 시장은 매우 유리한 매크로 국면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 4월 총선, 이후 건설 PF 만기 도래, 7월 공매도 재개, 12월 금융투자세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데 모두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지정학적 사건의 빈도수도 높아지고 있고 발생할 때마다 환율은 급하게 움직인다. 개인투자가 비중이 높고 SNS의 발달로 정보의 전달이 빠르며 쉽게 매매할 수 있는 HTS 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는 가운데 많은 투자가들이 단기 매매에 치중하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버블과 저평가 국면 강화로 이어진다. 상승 싸이클에 대한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면서 과잉과 과부족에 역발상적인 투자를 가미하면서 24년 증권시장을 전망하고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