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격전지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후보로 전국 유세 지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전 여권에서 거론됐던 두 가지 ‘한동훈 활용법’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취임과 동시에 지역구뿐 아니라 비례대표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역대 비대위원장이 스스로 ‘셀프 공천’한 뒤 국회로 직행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처음부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채 당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희생 없이는 쇄신의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월 인요한 혁신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된 ‘주류 희생’에 대한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여권 관계자는 “몸 사리기에 급했던 다른 정치인과 다르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쇄신 명분을 굳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셀프 공천’과 ‘공천 파동’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6년 총선 직후 영입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비례대표 순번 2번에 배치됐다. 당시 민주당 안팎에선 ‘원칙이 없다’ ‘셀프 공천’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 중앙위원회는 순번을 14번으로 내렸지만 김 전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내비치며 분란은 더 커졌다.
좋은 선례도 있다.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옛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개혁안을 내놓자 지역구 불출마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박 전 대통령 지역구는 텃밭인 대구 달성으로 4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기로 결단했다”며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후순위인 비례 11번을 받았다. 이후 비례 당선에 성공한 뒤 그해 말 대권을 잡았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면 한 위원장은 ‘희생하면서도 총선 승리를 이끈 당 대표’로 남게 된다”며 “이후에는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등 의원직 유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