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30분께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4층 로비.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작년 5월부터 1년 7개월간 현 정부의 ‘1기 경제사령탑’을 지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통상 역대 부총리들은 이임식을 청사 대강당에서 진행했다. 부총리가 높은 연단에 서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면, 직원들이 경청하는 다소 딱딱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임식을 진행하고 싶다는 추 부총리의 요청에 따라 휴게공간이 있는 중앙동 4층 로비에서 열렸다.
기재부 직원들은 계단에 걸터앉거나 선 채로 자유롭게 추 부총리의 발언을 경청했다. 무대 중앙에 선 추 부총리는 직원들이 내려다보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친정에 다시 돌아와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당시 경제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았지만 ‘기재부는 해낼 수 있다’, ‘기재부 식구들 믿는다’는 말을 했었다”라며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속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생 현장은 여전히 어렵고 곳곳에 경제 숙제들이 남아있지만 능히 이겨내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을 응원했다. 이날 이임식엔 200여명의 기재부 직원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연신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추 부총리는 올 초 기재부 공무원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이임식이 열린 로비엔 각 실·국별로 준비한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플래카드에는 ‘추억하겠습니다. 경호와의 호시절을’, ‘우리의 로또 추경호’, ‘추블리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등의 인사말과 응원 메시지가 담겼다.
특히 무대 중앙에는 빨간색의 ‘달성FC’ 유니폼을 입고 3개의 선이 그려진 이른바 ‘삼선’ 슬리퍼를 양손에 들고 ‘삼선’ 축구공을 드리블하는 추 부총리의 합성 사진도 등장했다. 내년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국회의원 ‘3선’에 도전하는 추 부총리의 선전을 사실상 응원한 것이다. 특히 빨간색은 추 부총리가 소속된 국민의 힘을 상징하는 색깔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측은 “일부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가져다 붙인 것”이라며 “기재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내건 플래카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 소통하기를 원했던 추 부총리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도 이날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 다시 민생의 바다로 간다”라며 “눈살 찌푸리게 하지 않고 국민 사랑과 신뢰받는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임사를 마친 추 부총리는 직원들을 향한 큰 절로 감사 인사를 마무리했고 직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