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일기장에 겹겹이 쌓인 것을 보고 주신 상이라면, 앞으로 또 다른 일기를 잘 써나가고 싶어요."
고(故) 이선균(향년 48세)은 지난 10월 7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아시안팝업시네마 영화제에서 최우수 성취상을 수상한 후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뉴스 매거진 시카고'는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선균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게재했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밝은 미소로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4년 간 배우로 활동하며 첫 연기를 시작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해 달라고 하자 "정말 용 됐다"며 웃었다.
그는 "당시 생각하면 꿈도 꾸지 못 할 일을 경험했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을 가서 작품상을 받고 많은 할리우드 셀럽에게 박수를 받았다. 아카데미 갈 때 꿈꾸는 것 같았다. 꿈에서 패키지여행을 다닌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앞으로도 또 다른 일기를 써나가야겠다. 어떤 걸 굳이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한 작품 한 작품 캐릭터 하나하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니 헛되이 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여기며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균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전에는 제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는 계획적인 인간이 아니라 예습, 복습은 잘 안 하지만 숙제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숙제만 잘해도 (내가) 풍성해지고 커진다. 제 삶의 동력이자 양식을 준 게 연기다. 어떻게 보면 일기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제 일기장에 쌓인 것을 보고 주신 상이라면, 앞으로 또 다른 일기를 잘 써나가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이선균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 씨의 주거지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선균은 마약인 줄 모르고 투약했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과수 정밀검사 결과 음성이었다.
28일 오전 이선균의 입관식이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상주로는 동료 배우이자 아내인 전혜진이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낮 12시이며 장지는 수원연화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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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