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후죽순 '스팩 상장'한 업체들, 올해 줄줄이 퇴출

입력 2023-12-28 15:28
수정 2023-12-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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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미국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아직 파산하지 않은 다른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통적인 기업공개(IPO)보다 비교적 검증 정도가 덜한 스팩 상장의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팩 상장으로 미국 증시에 입성한 기업 가운데 21개 기업이 올해 파산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1위 업체인 위워크, 공유스쿠터 업체인 버드글로벌, 미국 전기버스 1위 업체인 프로테라, 수경재배 스타트업 앱하비스트 등 21개 종목들은 현재 상장폐지 또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주가 고점을 기준으로 시가총액 합산액을
계산하면 약 460억달러(약 59조3032억원) 어치의 주식이 증발했다. 이들 중 다수는 유동성 장세였던 2020~2021년 사이 증시에 입성했다.

유동성 장세에 스팩 상장을 한 다른 업체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2021년 7월 스팩 상장을 한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는 연초 이후 주가가 29.9% 하락해 전날 기준 4.32달러에 그쳤다. 한때 900억달러를 웃돌던 시가총액은 98억90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시총이 급감하면서 지난 11일 나스닥100 지수에서도 제외됐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경쟁사인 테슬라, 리비안에 밀리면서 3분기 실적도 월가 예상치(1억8380만달러)를 밑도는 1억3780만달러에 그쳤다.

2021년 8월 뉴욕증시에 스팩 상장한 영국 온라인 중고차판매 업체 카주(Cazoo)는 올 한해에만 주가가 97.1% 폭락했다. 고금리와 소비 심리가 둔화가 겹치며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8.2% 감소한 2억900만파운드에 그쳤다. 상장 이후 70억달러에 근접하던 시가총액은 5013만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스팩 상장한 기업들이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증시에 입성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리서치업체인 허드슨랩에 따르면 지난해 연차보고서를 제출한 미국 상장사 중 스팩상장한 업체의 약 44%가 ‘계속기업 불확실성’ 진단을 받았다. 계속기업 불확실성 진단이란 유동자금이 없거나 자본 잠식이 발생해 향후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증시 호황기 스팩 상장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례가 많았다”며 “최근 재무구조 악화로 자금조달책을 마련 중인 스팩 상장사도 140개에 달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