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에 빠져 숨진 남매의 유족에게 서초구가 16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맨홀에 빠져 숨진 40대 남매의 배우자와 자녀 등 유가족 4명이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도로관리청인 서초구의 책임을 인정해 16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남매 A, B씨는 지난해 8월 8일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사망했다. 당시 이들은 거센 폭우로 자동차 시동이 꺼지자 하차해 잠시해 대피했다. 이후 비가 잦아드는 것을 확인하고 물에 잠긴 도로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장소가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하수에도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짚었다. 과거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남매가 차량에서 대피하는 등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와 B씨의 과실을 20%, 서초구의 책임을 80%로 책정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