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쑥대밭' 만든 이스라엘, 물밑 종전 검토

입력 2023-12-27 16:35
수정 2023-12-27 17:52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물밑에서 이집트가 제안한 종전 방안을 검토하고,미국과 전후 처리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하마스를 완전히 와해시킬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안보내각 회의를 열어 휴전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가 제시한 종전안을 검토했다. 전날 전시내각이 이 안건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 심층 검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의 중재안은 1단계로 전투를 일시 중단하고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비롯해 어린이, 여성, 노인 등 40~50명을 풀어주는 대신, 팔레스타인 포로를 최대 150명 석방하는 안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하마스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등 다양한 세력으로 임시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안팎에선 임시 정부에 하마스 인사를 포함시키다는 것은 이스라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고, 단번에 거절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이자 주미 대사 출신 론 더머 전략장관을 미국 워싱턴에 파견했다. 더머 장관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과 종전 후 가자지구 처리방안 등을 미국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협상에 나선 것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박과 경제적 여파 등으로 부담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미국조차 최근 이스라엘군에게 지상 작전과 정밀 유도 폭격 등의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까지 주거지 상공에서 유도 장치도 없는 900㎏급 초대형 폭탄을 투하하는 식의 무차별 폭격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가자지구에 무차별 공습을 가해 250명이 사망하고 500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총 2만674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총 5만4536명에 달한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택의 절반가량이 파괴됐다. 전쟁 초기에 폭격이 집중된 가자시티의 경우 멀쩡한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폐허가 됐다.

다만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로이터 통신에 "일주일이 걸리든 몇 달이 걸리든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장을 방문해 "우리 목적을 완수할 때까지 전쟁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중부의 난민촌으로 확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