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과 관련한 보고서를 낸 미국 기업과 연구원을 제재하기로 했다. 이달 초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3곳을 제재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위구르족 강제노동 의혹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카론이 보유한 중국 내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26일 발표했다. 카론 연구원 2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 회사와 연구원들이 중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협력하는 것도 제한했다. 카론이 위구르족 강제노동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2일 카론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과 계약을 맺은 중국 스포츠의류 제조 회사들이 위구르족 강제노동과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 회사와 계약한 면화 공급 업체 중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알려진 후 카론은 성명서를 통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기반으로 한 연구 및 데이터 분석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위구르족 인권 침해 혐의로 중국 기업을 제재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 이달 8일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 3곳에서 만드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와 협력해 소수 민족을 채용하고 착취해왔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9월에도 중국 기업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현재 약 30개 기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신장위구르 강제노동 논란은 재작년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이 신장 지역 목화 공장의 무슬림계 소수민족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을 고발하며 촉발됐다. 이어 지난해 6월 미국이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발효하며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해당 법은 신장에서 만들어졌거나 신장 지역 원자재를 사용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이 강제노동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하지 못하면 수입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위구르족 강제노동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에 불법적인 제재를 철회하고 강제노동 금지법 시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며 “신장 지역 인권 문제를 핑계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기업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