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아파트'로 불리기도 했던 '초소형 아파트'가 주목받는 중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는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도 초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식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거선호지역인 강남과 성수동에서는 3.3㎡당 1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매매 거래되는 초소형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2단지 전용 40㎡는 지난 10월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39㎡는 지난 9월 11억9000만원에 매매됐고, 잠실동 리센츠 27㎡는 최근 10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초소형 아파트란 전용면적 30~50㎡로 방 1~2개인 신축아파트를 얘기합니다. 옛날 주공아파트는 대부분 이 면적으로 지어졌지만 2010년 이후 이런 아파트는 드뭅니다. 소형주택의무비율 등 규제의 영향으로 강남지역 특히 송파구에는 제법 많은 편입니다. 초소형 아파트는 방이 1개 정도 밖에 없다보니 '원룸 아파트', '강남 쪽방'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강남 금방'으로 불러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아파트를 콤팩트 맨션(compact mansion)이라고 부릅니다. 전용면적 30~50㎡로 우리의 20평대 아파트보다 작고, 원룸보다는 큰 면적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적은 맨션은 싱글(single)형이라고 부르며, 큰 경우를 패밀리(family)형이라고 합니다. 방이 1개 내지는 2개 정도 있는 내부구조(unit)를 가지며 가장 인기있는 주택의 면적입니다.
과거에는 초소형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를 수요 측면에서 찾았습니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어서고 부동산 시장이 양에서 질로 변화하면서 작지만 도심에 위치해서 다양한 생활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습니다. 크면 좋다는 양의 시대에서 작지만 좋은 제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질적 시대로의 전환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작년과 비교하면 33만6000가구 증가했습니다. 1인 가구 비중은 33.4%에서 34.5%로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1인 가구가 주된 가구의 유형이 되었습니다. 1인가구의 대부분이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 생각하지만 중장년층의 1인 가구 증가세도 만만찮습니다. 늦어진 결혼과 이혼, 전근 등이 여기에 한 몫을 했습니다.
1인 가구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자산가들이 많아진 겁니다. 이들은 편의시설이 좋고 안전한 일반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이들의 주거욕구를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연령별로 1인가구의 거처를 분석하면 29세 이하, 50대 이상은 단독주택 비중이 가장 높고, 30대, 40대는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공급측면에서 초소형 아파트가 부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가격입니다. 현재와 같이 분양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주거선호지역인 도심에서는 초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 수요자는 도심을 선호합니다.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데 도심에 살기 위해서는 면적을 줄여야 합니다. 셀프 스토리지(self-storage, 개인창고 서비스) 시장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초소형 아파트가 매력적인 지역이 있을 수 있지만 지방과 같이 아파트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경쟁력이 떨어질 겁니다. 이는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은 올랐지만 생활인프라가 우수한 서울의 도심은 여전히 공급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아파트가 부동산시장 상승기에 대거 공급됐지만 초소형 아파트는 공급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국민평형이라는 30평형대의 거래비중은 30% 내외이지만 분양에서는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규모들의 공급은 희소하다는 말입니다. 즉 수요보다 많은 30평형대가 공급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20평형대(전용면적 59㎡)가 국민평형으로 바뀌어 갑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평균 가구원수는 2.2명으로 줄었습니다. 20평형대의 구조가 과거 방 2개, 화장실 1개에서 방 3개, 화장실 2개로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명의 가구원에게는 20평형대도 적지 않은 면적입니다. 가구원수가 더 줄어들고 1인가구가 더 증가하게 되면 초소형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 초소형 아파트는 폭발적 성장이 기대됩니다. 특히 주거선호지역에서의 경쟁력은 엄청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을 분석해보면 콤팩트 맨션의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사업자들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소형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오피스텔이 아닙니다. 아파트입니다. 지금 부터라도 기존의 아파트 단지에 초소형 아파트가 많이 공급됐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