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협력사 상생협력이 ESG 규제 대응 첫걸음

입력 2024-01-05 06:01
수정 2024-03-13 09:59
[한경ESG] 칼럼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최근 몇 년간 열풍이 불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이제 기업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체계적 준비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은 개방 체계로 외부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 기업만이 외부환경과 내부 역량 간 높은 적합성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ESG로 인해 규제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는 기업은 전략을 수정해 환경과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KOTRA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ESG 관련 규제는 기업정보공개 의무, 공급망 실사 의무, 통상 연계 제재, 제품 정보공개 의무 등 크게 4가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업정보 공시 의무와 공급망 실사 의무는 ESG 규범화의 중요한 이니셔티브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글로벌 확산 추세에 놓인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해 기업의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스코프 1·2(총외부배출량)는 물론, 협력업체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인 스코프 3를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할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다만 2025년부터 실행하기로 했던 ESG 공시 의무화는 2026년 이후로 1년 이상 연기되었다.

한편, 공급망 실사 의무는 기업의 경계를 넘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인권 문제 등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을 요구한다. 우리 기업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법에 대해 EU 이사회, 의회 그리고 집행위원회가 2023년 12월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도 공급망 실사에 대한 법안 발의가 이어져 입법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렇듯 ESG 관련 규제 범위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협력업체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협력업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책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협력업체는 이러한 ESG 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개별 기업은 시장경쟁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보유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기업이 속한 네트워크 자원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따라서 대기업에는 협력업체와 상생협력이 ESG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ESG의 공적·사적 규제가 글로벌 공급망 전쟁을 위한 무기로 활용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평적 협력을 통한 공급망 구축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

문두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