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제재에도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기업들 빠르게 적응 중"

입력 2023-12-26 16:08
수정 2023-12-26 16:15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추가 대러 제재 움직임에 대해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항상 제재 강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비울리나 총재는 러시아 매체 R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기업들이 기존 제재에 적응하면서, 러시아 경제의 구조조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2014년부터 제재를 겪어왔기 때문에 다수의 금융기관과 여러 시나리오를 시험하는 등 위험성을 항상 평가해왔다”고 덧붙였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선정한 2024년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파괴자(The Disrupters) 부문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2014년부터 총재를 맡으며 서방의 제재로부터 러시아 경제를 두 번 이상 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뷰에서 나비울리나 총재는 “지난해 서방의 제재를 잘 견뎠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극복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면서도 “금융 부문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해외 결제를 하거나 장기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러시아가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부문이 기술적으로 진보되고 있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6%로 올렸다.

지난 22일 미국은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미국은 러시아와 직접 거래하는 기관 및 개인에 대해서만 제재해왔다. 제3국 기관을 규제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군산복합체가 제재를 우회해 전쟁 물자를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광학 시스템 등 러시아가 전쟁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거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은행을 제재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 18일 ‘12차 대러 제재’를 공식 채택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다음 달 1일부터 EU 회원국은 러시아산 천연·인조 다이아몬드 수입을 금지한다. 내년 3월부터는 다른 나라에서 가공된 보석이라도 러시아산 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면 단계적으로 제재할 방침이다. 다이아몬드 수출이 러시아의 주요 군사 자금 조달 방법 중 하나라서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3분의 1이 러시아산이다.

또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의 허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가격 상한제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거래해야 한다. 하지만 따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원유 판매 가격에 운송, 보험 서비스 등의 비용이 포함된 경우 원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