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노후 단지의 ‘종상향’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 사업성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에 종 상향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었다. 그러나 그만큼 기부채납 요구가 증가해 일부 단지에선 내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서울 지역 특성상 종 상향이 불가피한 단지가 많다면서도 기부채납이 늘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신반포7차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일방적으로 예정된 자문회의 상정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종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 단지는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다. 조합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재건축을 통해 ‘준주거지역’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용도지역이 1단계 상향된다. 용도지역이 상향되면 용적률 제한이 완화되고, 분양 가구가 늘어나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진다.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최대 70%를 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신반포7차 주민과 LH는 공공재건축 기준에 따라 이미 많은 기부채납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종 상향에 따른 15% 추가 기부채납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조합은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 단지도 최근 서울시에 “기부채납 규모가 과도하다”며 이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장미와 화랑, 대교, 시범 등은 기존 3종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이뤄지는 곳이다. 서울시는 이들 단지에 추가 기부채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양과 광장, 삼부, 목화 등은 일반상업지로 종 상향돼 기부채납 비율이 더 높아진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단지도 종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 중이다. 서울시는 종 상향을 위해선 임대주택 20%를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들은 추가 기부채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에선 최근 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사업 초기에 종 상향 문제를 미리 계산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 재건축하려다 보니 종 상향을 선택하는 단지가 많다”면서도 “최근엔 임대주택 증가를 우려해 일찌감치 1 대 1 재건축이나 종 상향 없는 재건축을 선호하는 조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