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와 강위원 더민주혁신회의(더민주) 공동대표는 여러모로 닮았다. 두 사람 다 1973년생 동갑으로 이른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의 선두주자다. 한 지명자는 검찰 특수부에서 오랜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했고, 강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경기진흥원장을 맡아 손발을 맞췄다.
22대 총선에서 두 사람의 원내 진출이 양당 ‘영수’의 당내 친위세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도 비슷하다. 여당 내에서는 한 지명자의 비대위원장 취임으로 수직적 당정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더민주는 ‘총선 경선 권리당원 비율 확대’ ‘중진 의원 불출마’ 등을 주장하는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이다. 소속 인사들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출마 선언을 하며 친명계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낙연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을 반대하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는 현역 의원 5명이 동참할 정도로 원내에도 세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몰고 올 97세대로의 세대교체 바람은 전혀 다른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엘리트 검사와 학생 운동권이라는 두 사람의 배경에 따른 차이가 크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강 대표는 민주당의 이념 지향성이 여전한 가운데 특정 세대로 ‘그냥 얼굴만 바뀌는구나’라고 생각할 여지를 준다”며 “패션부터 젊은 감각의 소유자로 세대교체는 물론 시대 전환의 느낌까지 주는 한 지명자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과 2030세대, 중도층에서 양당의 지지세 확보에 영향을 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강 대표는 일종의 ‘이재명 얼굴마담’을 간판으로 내세운 반면 한 지명자는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강조한다”며 “자연히 중도층엔 한 지명자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한 지명자는 젊은 세대에 어필해 지난 대선 승리의 요건이 된 ‘세대포위론’(젊은 층과 노년층이 연합해 중장년층을 압도)을 내세울 것”이라며 “강 대표 등 민주당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세력은 외부 경쟁력이 없으니 당을 쇄신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단순히 ‘전대협 세대’를 ‘한총련 세대’로 교체하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학생운동에서 답을 찾으려면 답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