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쏠림에 불리해진 문과생…내신 성적 받으러 '외고' 간다

입력 2023-12-24 18:03
수정 2024-01-02 16:47
“문과 학생 수가 줄어 일반고에서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어려워지자 외국어고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24일 서울 대치동에서 8년째 종합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학원가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려면 이과 성향으로 대입을 치르라’는 분위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위권 학생이 모여 내신을 받기 어렵다고 평가되던 외국어고·국제고가 ‘이과 쏠림’ 현상 속에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고입 결과 전국 28개 외국어고의 입학 경쟁률은 1.32 대 1이었다. 지난 4년 사이 최고치다. 2021학년도 1.05 대 1에 이어 2022학년도에는 0.99 대 1로 떨어졌다가 작년 1.12 대 1로 오른 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고도 비슷하다. 전국 여덟 개 국제고의 평균 경쟁률은 1.88 대 1로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학년도에는 1.42 대 1에서 2022학년도 1.43 대 1, 2023학년도 1.77 대 1로 3년 연속해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통합수능 도입 이후 문과 침공 현상이 심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최상위권 수험생의 96.5%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에 응시한 이과 성향 학생이었다. 문과가 대입에 불리하다는 생각이 확산하자 일반고, 자율형사립고 모두 문과 성향 학생이 급감하고 있다. 상대평가인 내신에서 모수가 적으면 높은 등급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를 희망하는 상위권 중학교 3학년 학생 입장에서는 일반고로 진학했을 때 학생 수가 적어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차라리 외국어고·국제고로 진학해 내신을 잘 받자’는 심리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2025년 기준 중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외국어고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치동 입시학원 원장은 “고교 내신이 5등급 절대평가제로 운영돼 1등급 비율이 10%로 늘어나면서 내신 부담이 줄어 학생부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외국어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