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비키니 어디 건가요"…역대급 한파에도 여름옷 '불티'

입력 2023-12-23 15:00
수정 2023-12-23 15:02

“민소매 원피스 어디 건가요”, “비키니 브랜드 궁금합니다”

넷플릭스 프로그램 '솔로지옥'이 방영하는 날엔 인스타그램, 카페, 블로그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출연진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 정보로 도배된다. 대부분 남국의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알록달록한 여름용 의상이나 비키니 등 수영복이다. 블랙핑크 제니, 가수 제시, 배우 한예슬 등의 여름 옷 관련 SNS도 관심의 대상이다. 역대급 한파로 거센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씨라는 걸 생각하면 의외의 분위기다. 한 게시글에서 누리꾼은 "겨울 휴가로 발리를 가는데 비키니 정보를 참고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영하 10도, 체감온도 영하 20도까지 오르내리는 최강 한파 속에서도 여름옷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따뜻한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으로 겨울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늘었고, 국내 호텔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보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고객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름 옷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대표적인 여름 옷인 반팔과 숏팬츠 매출은 각각 52%, 17% 신장했다. 스트라이프 디자인이나 플라워 패턴 등 휴양지에서 입기 좋은 반팔과 데님 팬트, 트레이닝복처럼 활동성이 높은 짧은 바지가 인기로 나타났다.

물놀이에 필요한 비키니, 비치 액세서리 매출도 16% 증가했다. 한 여름 날씨를 보이는 휴양지 여행객이 늘면서 몸매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비키니와 비치타올, 버킷햇 등 액세서리 수요도 높다. 여행지에 가볍고 편하게 신기 편한 뮬, 슬리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각종 오픈마켓에서 여름 관련 상품은 인기 카테고리다. 현재 다음,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서 각종 여름 옷 관련 키워드을 검색해 보면 수백 개의 연관 상품이 등장한다. 대부분 반팔 티셔츠, 비치웨어, 수용복 등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여름 옷은 잘 팔리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22일까지 수영복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3.3% 증가했다. 한여름인 8월(5.6%)보다도 높은 수준의 매출증가율이다. 강남점이 지난달 18~19일 연 나이키 스윔웨어 글로벌 신상품 선출시 행사에서는 점포가 문을 열기 전부터 고객이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 이틀간 약 1억5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해외여행 증가세를 통한 여름 상품 수요에 더해 높아진 역시즌 세일의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통상 겨울에는 여름옷이 싸다는 인식이 많은데 실제로도 그런 편이기 때문이다. 패션 회사나 유통사 입장에선 할인 가격으로 해를 넘기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재고 관리에 더 유리하다. 여름 휴양지 패션 위주의 라인업을 갖춘 브랜드의 경우엔 매출액 연중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수요가 떨어지는 겨울에 저렴한 가격을 최대한 어필해야 한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각 업체도 겨울 시즌에 여름 의류 행사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날씨가 따뜻한 동남아 등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시기에 상관 없이 수요층이 발생한 것"이라며 “호캉스가 대중화된 점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