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나날이 크게 오르면서 단숨에 장중 7만6000원도 회복했다. 반도체 업종의 하강기(다운사이클)가 막바지 국면에 이르렀단 기대감이 흘러나오면서다. 이에 오랜 기간 '6만전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주가는 지난달 들어 7만원대에 안착하더니 최근 상승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600원(0.8%) 오른 7만56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한때는 7만6300원을 기록하며 1년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달 초만 해도 7만2000원에 장을 마쳤던 주가가 한 달도 안 돼 7만6000원 안팎을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장중 14만3700원을 터치하면서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현재 대신증권 HTS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71억원어치 순매도 중인 가운데 기관이 353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기관의 '사자'세가 주가를 밀어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간을 넓혀 이달 들어 전일까지의 삼성전자에 대한 수급을 보면 개인 홀로 1조7673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156억원, 89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의 강한 상승은 간밤 미국 증시에서 미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호실적에 크게 오른 영향으로 보인다. 이 상승에서 말미암은 낙관적 전망이 미 증시에서 반도체 섹터의 2%대 상승을 이끌기도 했다.
마이크론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기술기업의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마이크론은 8% 넘게 급등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설레게 왜 이러나…드디어 오르는 걸까', '왕의 귀환이다', '8만원에 사서 2년 가까이 물타기 하고 드디어 익절(수익 보고 매도)했다', '8만전자도 순식간이겠다', '재용이형 믿고 있었다' 등 기대감 섞인 의견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 최대 수혜주로서도 주목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이번 달 반도체 수출(12월 1~20일)은 전년 대비 19%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두 기업은 고객사로부터 D램과 낸드 주문이 대폭 늘고 있는 상황이다. PC와 스마트폰 업체들이 내년 1분기부터 AI 기능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과 PC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메모리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내년부터 온디바이스 AI 생태계가 본격 커지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최대 수혜주로 돋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