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1~10월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 대수는 18만84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이 기간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 줄어든 10만4984대를 기록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해외 시장에선 27% 급증한 8만3419대를 팔아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해외 시장에서 선전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무난히 글로벌 2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판매가 증가한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가팔라서다.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대수는 5만638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7% 늘었다. 이 추세가 올 연말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판매 대수는 약 6만7600대로 전망된다. 1만6384대를 판매한 2020년부터 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판매 성장률이 60%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제네시스를 차종별로 보면 GV70(1만9696대), GV80(1만5473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시장 평가는 물론 판매량에서도 일본 고급차인 렉서스(도요타), 아큐라(혼다) 등을 압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네시스보다 30년 먼저 미국에 진출한 인피니티(닛산)는 이미 지난해 제네시스에 판매량을 추월당했다. 지난해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5만6198대 팔리며 인피니티(4만6616대)를 처음 넘어선 이후 올 9월까지도 앞서고 있다.
제네시스와 아큐라의 판매대수 차이는 2016년 23배에 달했으나, 올해는 2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같은 기간 렉서스와의 격차는 48배에서 4배로 줄었다.
지난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와타나베 다카시 렉서스 인터내셔널 사장은 "제네시스의 상품성이 훌륭하다"며 "렉서스를 주축으로 도요타 전동화를 발전시켜 나가 제네시스에 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경계한 바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인기 요인은 높은 상품성과 디자인, 품질 등이 꼽힌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에서 지난해 렉서스와 캐딜락 등을 제치고 고급차 1위에 올랐다. 렉서스(157점)를 1점 차이로 따돌렸다.
G90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올해의 차에 뽑혔다. 당시 모터트렌드는 "제네시스 G90은 높은 완성도와 함께 다른 회사가 가질 수 없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럭셔리 세단의 상식을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모터트렌드는 GV70 전동화 모델을 올해의 SUV로 선정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다목적차)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 대응을 위해 수출 물량 증산에 나서는 한편, 현지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7월부턴 GV70 내연기관 모델도 양산에 들어가 미국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GV70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과거에는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도 부모세대처럼 포드나 도요타의 덩치 큰 SUV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제네시스 SUV 처럼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좋아한다"며 "미국에서 제네시스는 현대차와 완전히 다른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최근 GV80 부분변경 모델과 GV80 쿠페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G80 부분변경, GV70 부분변경 그리고 오는 2026년에는 대형 전기차 GV90을 투입하는 등 라인업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