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초거대AI로 특허 심사기간 확 줄인다

입력 2023-12-21 17:38
수정 2023-12-22 01:40
인공지능(AI) 의료영상 진단 기업 뷰노가 특허청에 등록한 특허는 100여 개다. 뼈 스캔 영상에서 암 전이를 판정하는 기술, 심전도 신호에 기반한 만성질환 예측 등이다. 각각의 특허 명세서(특허공보)를 보면 도표, 해부학 도면, 사진, 수학식 등이 가득 차 있다.

청구항 등 수많은 텍스트는 물론이다. 현재는 특허청 직원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해 특허 요건을 판단한다. 심사 과정에서 의문이 생기면 출원인(기업 대학 등)에게 의견제출 통지서를 보낸다. 변리사 등이 주로 작성하는 통지서가 합당하면 특허가 등록되고 그렇지 않으면 거절된다. 이 기간은 보통 1년 넘게 걸린다.

앞으로는 초거대 AI가 이런 특허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일 전망이다. 특허청은 LG AI연구원과 특허 전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21일 발표했다.

특허 전용 LLM은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 유니버스’에 1.78테라바이트(TB) 규모 데이터를 학습시켜 구축했다. 특허청이 보유한 국·영문 특허공보, 의견제출 통지서, 특허 분류 코드(CPC) 등 일곱 가지 빅데이터다. 인간 뇌의 시냅스에 상응하는 AI 파라미터 규모는 약 88억 개다. 특허청 관계자는 “1차 성능평가 결과 문장 요약, 번역 등 전체 평가에서 평균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이번에 개발한 특허 전용 LLM을 고도화해 내년부터 심사 업무에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특허 평균 심사 기간은 약 14개월이다. LLM을 도입하면 이 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행 특허 조사, 참고 문헌 분류, 검색식 작성 등의 업무를 LLM이 대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 심사 기간이 단축되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의 권리화가 빨라져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LG AI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특허청으로부터 데이터를 넘겨받아 학습시키고 성능을 평가해왔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은 “엑사원이 특허청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국내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