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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 금리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국채 수요가 커진 가운데 소수의 헤지펀드가 미 국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헤지펀드가 대규모 부채를 차입해 초단기 매매를 통해 시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헤지펀드의 개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요동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헤지펀드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극소수의 헤지펀드가 미 국채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진단했다. 엑소더스포인트 캐피털의 펀드매니저 조나단 호프만,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의 존 보넬로, 시타델의 조나단 티퍼마스 등이다.
세 펀드 매니저는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활용해 미 국채 시장을 움직였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국채 현물과 선물의 금리차를 활용한 투자방식이다. 주로 현물은 매입하고 선물은 공매도해서 이익을 거둔다. 이때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을 활용해 대규모 부채를 차입한다. 헤지펀드가 소액의 투자금으로 수백억 달러의 거래를 체결하는 이유 중 하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 매니저 외에도 커퓰라 인베스트먼트, 시타델, 시메트리 인베스트먼트, 반야스니 자산관리 등도 베이시스 트레이드로 시장 변동성을 늘리고 있다. 미 월가에선 이들의 거래가 국채 트레이드 거래량의 70%를 차지한다고 추정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미 국채 2년물에 대한 선물 계약 중 절반가량이 8명의 헤지펀드 매니저가 체결했다. 2022년 29%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국채 선물 공매도 포지션은 지난 7월 6500억달러에서 12월에 8000억달러로 늘어났다.
규제당국은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지펀드가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종결하면서 대규모 계약을 청산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019년 9월 미 자본시장에서 하루짜리 초단기 레포 금리가 장중 연 10%까지 치솟은 바 있다. 2020년 3월에도 국채 금리가 하루 새 급격히 증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명확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투자업계에선 헤지펀드가 포지션을 청산하며 유동성이 요동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지펀드를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규제당국으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미 국채 시장 규모가 26조달러를 넘기며 복잡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국의 개입으로 시장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헤지펀드의 거래를 방치하게 되면 금융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시장이 헤지펀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헤지펀드 탓에 시장 유동성이 급변할 때마다 중앙은행(Fed)이 유동성을 긴급 지원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가 '대마불사'가 된 탓에 더 위험한 거래를 체결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면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시타델의 설립자 켄 그리핀은 헤지펀드가 시장을 '조성'한다고 해명했다. 헤지펀드가 현물과 선물을 대량 매매한 덕에 선물시장의 유동성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국채 전문 투자사인 알파 심플렉스 그룹의 수석 리서치 책임자 캐서린 카민스키는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하는 펀드 매니저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매니저 개인의 권한이 너무 커졌다"며 "이 때문에 시장 유동성이 소수에 달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