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0일 09: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제50차 총회(2019년 개최)에서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에 따르면 토지가 식량과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반이며,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 지(2007~2016년 기준)할 만큼 탄소 중립 시대에 중요한 분야라고 한다. 또한, 우리는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를 통해 토지 황폐화 예방 및 감소, 토지 생산성 유지, 토지 황폐화에 대한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최신 기술을 동원하여 다양한 형태의 탄소흡수기를 개발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거액의 투자를 한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토양과 바다의 생태를 복원하여 거대한 탄소흡수기로 활용하려는 노력에는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 지 돌아보아야 할 때다.
특히, 국제사회는 토양의 기능 회복을 통해 탄소흡수를 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토양 분야 흡수 및 제거지침(LSRG, Land Sector and Removal Guidance)”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온실가스감축 기준 GHG Protocol을 만든 세계자원연구소(WRI, World Resources Institute)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 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가 주도하고 있는 본 지침이 완성되어 실제 적용되면, 기업활동을 통해 토양의 탄소 저장기능을 훼손하였을 경우 그에 상응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더 나아가 회계에 반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저개발국가의 황폐해진 사막에 나무를 심어 토양의 기능을 복원시키는 활동을 했을 경우 그에 상응한 온실가스감축분을 측정하여 우리나라로 이전해 와서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달성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토양이 기능을 회복하면 어느 정도 탄소를 흡수하는지 측정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국내 한 비영리단체가 몽골사막에 나무를 심어 숲으로 가꾸어 온 사례에 주목해 왔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비단 황사를 줄여주는 효과 뿐만 아니라 들쥐와 뱀, 독수리 같은 동물들이 생태계로 돌아오고, 나무 열매의 수확으로 다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도시로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와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결과를 낳았다. 토양이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여 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국제사회가 인정하여 이번에 “토양 분야 흡수 및 제거지침(LSRG)”을 만들 때 위 몽골 지역이 파일럿테스트 지역으로 선정되어 지침 제정 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렇듯, 토양의 기능 회복은 단순히 거대한 탄소흡수기로서의 토양을 회복하는 문제를 넘어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하여 관련 지침을 만들고 더 나아가 각 기업과 기관이 이를 기준으로 탄소 중립의 노력을 다한다면 기후 위기의 현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또한, 사업적으로 볼 때도 최근 몇 년 사이 민간탄소배출권 시장이 급팽창 하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도 민간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어서 토양 회복을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사업이 차세대 먹거리로서도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토양 분야 흡수 및 제거지침(LSRG)”을 사업에 대한 또 다른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통해 큰 사업기회를 발견하는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