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 3월 오픈마켓 판매자(셀러)들을 위한 ‘로켓 그로스’를 론칭한 걸 계기로 지방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들을 꾸준히 입점시키고 있다. 상생 협력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전국을 ‘쿠세권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로켓 배송’(내일 배송) 지역을 전국의 중소 도시와 도서·산간 지역으로 확장한 결과 오프라인 판로 개척에 골몰하던 지역 농가와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2000년대 전성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는데, 쿠팡은 이를 염두에 두고 지역 농가와 상인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작년 말부터 ‘마켓 플레이스 전통시장 지원 사업’도 시작했다. 쿠팡의 셀러 매니지먼트팀이 시장 상점들과 1 대 1 컨설팅을 통해 △상품 이미지 교체 △고객층에 맞는 상품 용량 포장 △진공 포장 배송 도입 등을 조언해 준다.
현재까지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충남 아산 등지 전통시장 상점 35곳이 쿠팡 셀러로 등록했고, 매달 수십 곳의 입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내년까지 입점 상점을 10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신용현 호남건어물 대표는 “쿠팡에 입점하면서 창업 7년 만에 처음으로 억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지금도 하루평균 2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하는 지역 특산물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엔 충남 금산군과 금산 인삼 판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상북도와도 손잡고 상주 샤인머스캣, 의성 쌀, 포항 구룡포 과메기 등을 로켓 배송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셀러와 판매 상품의 숫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전략적으로 상생 협력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며 “대형마트가 고도 성장기에 매출 확대에만 주력하다가 정책 리스크에 빠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초고속 성장한 대형마트업계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의무휴업일 규정이 신설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