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회생·요양비 목적 퇴직연금 중도인출 늘었다

입력 2023-12-19 18:19
수정 2023-12-20 01:54
퇴직연금 가입자가 늘면서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 속에 회생·파산이나 요양 때문에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은 1만 명에 달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2년 퇴직연금 통계’를 보면 작년 퇴직연금 적립액은 335조원으로 전년(295조원) 대비 13.7% 증가했다. 2005년 퇴직연금 도입 후 17년 만에 300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과 근로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도입 사업장은 43만6000개로 전년 대비 2.7%, 가입 근로자는 694만8000명으로 1.6% 증가했다. 다만 2015년(48.2%)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던 퇴직연금 가입률은 지난해 53.2%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제도 유형별로 보면 확정급여형(DB)이 57.3%를 차지해 비중이 0.7%포인트 낮아졌다. 확정기여형(DC)은 24.9%로 0.7%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비해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17.4%로 1.4%포인트 높아졌다.

운용 방식별로 보면 원리금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85.4%로 2.3%포인트 올랐다.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아진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원리금보장형은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 시장이 침체하고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을 깬 중도인출자는 4만9811명으로 전년(5만4716명) 대비 9% 줄었다. 중도인출자가 4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4만901명) 후 6년 만이다. 중도인출자가 감소한 주요 원인은 주택 구입 목적으로 중도에 인출한 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 구입 목적 중도인출자는 2만3225명으로 전년 대비 22%(6540명) 감소했다.

장기요양을 위해 중도 인출한 사람은 2416명으로 전년 대비 6%, 회생 및 파산 절차 돌입을 이유로 든 사람은 7395명으로 2% 늘었다. 장기요양과 회생 및 파산을 목적으로 한 중도 인출 인원은 총 9811명이었다. 202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주거 목적 중도 인출 수요는 줄었지만 다급한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연금을 깨는 이가 늘어난 셈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