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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잇따라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한 승인을 연기했다. 암호화폐에 적대적 시각을 가진 규제당국에 맞서 업계는 정치세력화를 준비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SEC는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과 해시덱스의 이더리움(ETH) 현·선물 ETF에 대한 승인 결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SEC는 암호화폐 이더리움 지분증명 시스템의 사기 및 조작 위험성과 관련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내년 1월 1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상품 심사 일정을 미뤘다고 전했다.
SEC의 이번 결정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GBTC)에 대한 현물 ETF 전환 신청을 거절한 SEC의 판단을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부적절하다고 판결한 이후 이뤄졌다. SEC는 암호화폐 감독 수단이 부족하고 시장 조작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로 구성된 현·선물 ETF의 승인을 여러 차례 연기하고 기각해왔다. 하지만 해당 판결 이후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항소법원 판결을 토대로 8~12건의 현물 암호화폐 ETF 신청서를 ‘새로운 시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ETF 승인이 한 차례 더 연기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당국의 부정적인 생각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 1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업계가 증권법, 자금 세탁 등의 법률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는 등 암호화폐에 적대적인 입장을 꾸준히 보여왔다.
한편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SEC가 현재 심사 중인 여러 암호화폐 현물 ETF를 동시에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승인되는 ETF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넨샤인 CEO는 “SEC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야 하므로, 현물 ETF가 동시에 시장에 나오는 게 맞다”고 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업계는 정치세력화를 준비하고 있다. 17일 CNN 보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서클, 크라켄과 같은 암호화폐 기업들과 개인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페어셰이크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7800만달러(약 1015억원)를 모금했다. 페어셰이크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복잡한 규제를 책임 있게 헤쳐나갈 혁신적인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4% 넘게 오르며 4만2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김인엽/정희원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