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지동의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비자 변경 관련 상담을 하는 수림 잉케 씨(43)는 요즘 쏟아지는 질의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에 참여하면 비자 발급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잉케씨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분들의 상담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고 했다.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비자) 쿼터가 대폭 확대되면서 한국어 능력 요건을 채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9월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체류를 보장하는 숙련기능인력 쿼터를 기존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확대했다. E-7-4 비자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등이 업무 숙련도를 인정받으면 장기 체류를 허가해주는 비자다. 해당 비자를 받기 위해선 KIIP를 2단계 이상 이수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2급 이상 획득해야 한다. 수준이 높을수록 많은 가점을 받는 구조다.
KIIP 운영 기관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로 북새통이다. 지난 2일 찾은 수원 영통동의 재한외국인협회의 80㎡ 남짓한 교실은 5개국에서 온 25명의 학생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코로나19 전에는 수업당 인원이 15~20명이었는데 지금은 25명까지 받아도 대기자가 많아 수업을 더 열어달라는 문의가 올 정도다.
이들이 이날 들은 수업은 중급 수준인 KIIP 3단계. 은행 업무와 가전제품 수리 등 주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필요한 문법과 말하기·듣기를 배운다. 이날 학생들은 ‘도둑을 잡다’와 ‘도둑이 잡혔다’ 등의 차이를 배우고 있었다. 한국어 강사 김모씨는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수업을 듣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KIIP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이미 작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올해 법무부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은 5개 기관에 KIIP를 위탁해 운영했는데 10월까지 총 1502명이 거쳐 갔다. 지난해엔 8개 기관에 위탁 운영한 결과 총수강생 수가 1468명이었다. 올해 전체로는 작년보다 20~30%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한국어 강의 수요와 별개로 이들을 가르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과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KIIP 0~5단계 가운데 학기당 한두 단계만 열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예산이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내년에 외국인 근로자가 더 많이 들어오면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다. 내년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16만5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0월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사회통합 지원’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작년 141억5800만원에서 올해 140억2600만원으로 줄었다. 내년엔 154억2700만원으로 다시 10.0% 늘긴 했지만 인력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기중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숙련기능인력 쿼터를 17배 넘게 늘릴 동안 KIIP 교육 인프라 등은 달라진 게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양적 확대와 동시에 관련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