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로 신용등급 떨어진 LG디플, 유상증자로 신용도 방어 총력

입력 2023-12-19 15:19
이 기사는 12월 19일 15: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도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A급 신용도를 유지하겠다는 게 LG디스플레이의 구상이다.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조달 창구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한 것으로 관측된다.

○유상증자로 부채비율 완화 가능
1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가 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들여다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8일 1조3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LG디스플레이의 신용도는 줄곧 내림세다.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2018년 AA급을 유지했던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은 2019년 ‘AA-’ 2020년 ‘A+’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신용평가 3사가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LG디스플레이 3분기 잠정실적에 대한 의견’이라는 보고서를 "4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지거나 영업이익 규모가 기대보다 적어 점진적인 실적 개선 기대가 악화하는 경우 신용도 하향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LG디스플레이의 재무구조가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58.5%에서 올해 9월 말 322.2%로 뛴 상태다. 유상증자는 재무구조가 악화한 기업들이 자주 꺼내 드는 카드다. 지난 9월 유상증자를 단행한 CJ CGV도 수혈한 자본을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이미 신용도 하향 조건을 일부 충족한 것도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는 LG디스플레이의 신용도 하향 조건으로 △‘EBITDA/매출액’ 지표 10% 미만 △순차입금의존도 지표 50% 초과 등을 내걸었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LG디스플레이의 ‘EBITDA/매출액’은 3.9%, 순차입금의존도는 40.3% 수준이다. ‘EBITDA/매출액’ 지표는 이미 하향 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이 322.2%에서 279.5%로 하락하는 등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 창구 다각화 효과도 기대
이번 유상증자는 사모채와 쏠림 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자금 창구 다각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 단골손님으로 꼽혔다. 연도별 공모채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 3900억원, 2021년 5000억원, 2022년 445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신용도 하락 이슈가 본격화하면서 올해는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평판 악화 우려가 적은 사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사모채 시장에서만 총 3370억원을 조달했다.

이자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가운데 3936억원을 채무 상환에 투입할 방침이다. 내년 9월 만기가 돌아오는 2900억원어치 회사채 상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당시 발행 금리는 2.29%로 책정됐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3년물 회사채의 민평금리는 연 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채 차환 대신 유상증자를 택하면서 이자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황 개선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내년 디스플레이 업계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매겼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