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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을 149억달러(약 19조4000억원)에 인수한다. 전기차(EV)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는 미국 철강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근대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US스틸은 설립 122년 만에 외국 기업에 넘어가게 됐다.
“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시 세계 3위로”
일본제철은 US스틸 지분 전량을 주당 55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 16일 종가(39.33달러) 대비 약 40% 프리미엄이 붙었다. US스틸이 매각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지난 8월 이전과 비교하면 프리미엄은 142%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US스틸의 이름과 본사 위치 등은 유지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제철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제철은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이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4위(4437만t)다. US스틸(1449만t)은 미국 3위, 세계 27위다. 두 기업의 조강 생산량을 합산하면 5886만t으로 기존 3위인 안스틸그룹(5565만t)을 제치고 세계 3위에 등극한다.
양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로 연간 조강 생산량을 8600만t까지 늘릴 전망”이라며 “일본제철의 목표인 연간 조강 생산량 1억t을 달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사장은 “이번 인수는 전 세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사명을 보여준 것”이라며 “양사의 장점을 결합해 세계 최고의 철강사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美 산업화 상징, 日 기업 손으로
일본제철은 해외 진출을 중장기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인도, 동남아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국에서는 저출산 여파로 사업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미국은 건축용 철강재와 전기차에 쓰이는 고급 철강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중 갈등을 계기로 가열된 글로벌 공급망 확보전에서 일본의 핵심 동맹국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일본제철은 이번 계약으로 US스틸이 핵심 공급처 역할을 해온, 수익성 높은 미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 안보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일본제철이 일본과 미국에서 중요 물자의 공급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근대 산업의 발전을 상징했던 US스틸은 설립 122년 만에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 US스틸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JP모간의 아버지’ 존 피어폰트 모간이 각자 운영하던 철강회사가 1901년 합병되며 설립됐다. 미국 전체 조강 생산량의 약 65%를 담당하며 1960년대까지 세계 최대 철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이후 일본과 유럽 철강사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최근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공세에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다.
US스틸은 8월 전략적 대안이라며 회사 매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다수의 철강 경쟁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 미국 2위 철강사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앞서 72억5000만달러(주당 35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세계 2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도 US스틸 인수를 검토했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