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을 품게 됐지만, 해운업황이 고꾸라진 상황이라 인수 이후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길어지는 데다 선박 공급이 늘어나는 탓이다. 내년에도 컨테이너선 대량 인도가 이어지며 올해보다 선복량이 7%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해운 시황이 2026년까지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1093.52를 기록했다. 올해 내내 800~1100선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SCFI는 통상 1000을 손익분기점으로 삼는다. 지난해 초 5000을 넘으며 해운업이 호황을 맞았지만, 올 들어선 맥을 못 추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선박 공급 확대가 겹친 영향이다. HMM은 원가 절감을 통해 900선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지만, 현 상태가 장기화하면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
해운업황은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올해 신조선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로 메탄올 연료를 쓰는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신규 공급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선사들이 투입 선복을 감축하고, 노후 선박 폐선을 앞당기며 시황 하락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하락을 막긴 어려울 것”이라며 “2026년까지 시황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빈센트 클러크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운임료 하락, 인플레이션 압박 등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며 1만 명에 달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머스크 3분기 영업이익은 5억2100만달러로, 1년 전(88억8000만달러)보다 94% 급감했다.
HMM은 출혈 경쟁이 벌어진 2010년대보다 ‘기초 체력’이 향상됐다는 입장이다. 20여 개에 달하던 글로벌 주요 선사가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거치며 10여 곳으로 압축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미국 노선의 장기계약 비중을 40% 중반으로 유지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벌크선을 확충하며 컨테이너선 중심의 포트폴리오도 바꾸고 있다.
김형규/김재후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