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기한이 정해진 조세특례(비과세, 감면) 10개 중 7개는 일몰 연장을 통해 사실상 영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목적을 위해 한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인 조세특례가 죽지 않는 ‘좀비’처럼 되면서 재정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8일 발표한 ‘조세특례 일몰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내년에 운영되는 조세특례 280개 중 일몰 기한이 아예 없는 항목이 115개로 41.1%에 달했다. 일몰 기한이 있는 항목 165개 중에선 기한 연장을 통해 10년 이상 유지되는 조세특례가 110개로 66.7%나 됐다.
가장 오래 유지되는 조세특례는 해저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과세특례와 농·어민 지원을 위한 인지세 면제로 1970년 신설돼 54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례가 연장된 횟수로 보면 3회 이상 연장된 항목만 118개로 71.5%에 달했다. 가장 많이 연장된 항목은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와 벤처투자조합 출자 소득공제로 10회씩 연장돼 2025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조세특례의 좀비화는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조세 지출 규모는 역대 최대인 77조1144억원으로 올해(69조4988억원)보다 11% 증가한다.
재정 누수 요인이 크지만 조세지출 통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년 정부가 일몰 기한이 돌아온 항목을 평가해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만 종료되는 조세특례는 극히 일부다. 일몰이 도래한 조세특례의 종료 비율은 2021년 10.5%, 2022년 12.2%였고 올해는 8.3%에 불과하다.
지출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조세특례가 새로 도입될 때 타당성을 따져보는 조세특례 예비타당성 평가 제도가 2015년 시행됐지만 올해까지 59건 중 43건의 예타가 면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대 2회까지만 일몰기한 연장을 허용하고 이후엔 자동으로 특례를 없애는 ‘일몰의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