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고객만 43社…전기차 부품 강자 CTR

입력 2023-12-18 17:58
수정 2023-12-19 01:17
지난 14일 경남 창원의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 씨티알(CTR) 공장. 작업장에 들어서자 주황색 로봇팔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각 부품을 끼워 맞추고 있었다. 당장 전면 무인화가 가능하지만, 노사 상생을 중시하는 사풍을 이어가고자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중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벤츠, BMW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로 나간다.


가장 눈에 띄는 납품처는 북미 지역 최대 전기차 생산기업 A사다. CTR은 다른 부품사들이 주저하던 2013년부터 과감하게 A사 부품 공급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는 전 세계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강상우 CTR그룹 부회장은 “A사 붐이 일어난 뒤로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이 견적을 먼저 요청해 온다”며 “무조건 수주하는 건 아니지만 전기차를 만들 때 CTR 부품이 우선 고려 대상에 들어가게 됐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CTR은 1952년 창업주인 강이준 회장이 부산 국제시장에서 ‘신라상회’라는 이름으로 연 자동차 부품 가게로 출발했다. 현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씨티알모빌리티를 포함해 9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으로,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만 43개에 이른다. 올해 4월에는 센트랄에서 CTR로 사명을 바꾸면서 단순 부품사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포했다.

70년 전통의 CTR이 전기차로의 변화를 일찌감치 준비한 배경에는 강 부회장의 추진력이 있었다. 3세 경영자인 강 부회장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부친인 강태룡 회장의 호출로 2012년 CTR에 입사했다. 강 부회장은 “전 세계 트렌드를 보면 배기가스를 줄이는 법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며 “내연기관차를 단순히 가볍게 만든다고 해서 그 법규를 충족하지는 못할 것 같았고, 결국 답은 전기차뿐이었다”고 설명했다.

CTR그룹은 자동차용 현가(자동차용 차량의 차대 등 프레임에 바퀴를 고정하는 완충장치·사진), 조향(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바꾸기 위해 바퀴의 회전축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 정밀가공, 구동 부품을 생산한다. 특히 내세우는 부품은 볼조인트와 컨트롤암이다. 볼조인트는 자동차 바퀴의 상하 및 좌우 방향 전환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절 부위 부품이다. 자동차 운행을 부드럽게 하고 충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알루미늄 컨트롤암은 자동차 본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경량화에 성공한 덕분에 전 세계 전기차 회사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 1조7300억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CTR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친환경 자동차 부품 합작회사 설립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사우디 투자부(MISA)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13일에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창원공장을 찾았다. 강 부회장은 “사우디의 풍부한 광물 자원을 활용해 소재 사업도 함께하는 것에 대해 현지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창원=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