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
18일 오전 9시 반 서울시 건강앱 '손목닥터9988' 전용 앱 접속 대기 창에 표시된 시간이다. 남은 대기자 수는 1000명가량에 불과한데도 30분 이상 기다린 후에야 메인 화면에 접속할 수 있었다.
서울시민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손목닥터9988 전용 앱이 개시일을 1주일 미뤘는데도 사실상 먹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손목닥터9988'은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으로 모바일 앱과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시민 스스로 건강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대면 통합서비스이다. 시가 빌려준 스마트워치를 착용해 활동량과 심박수, 운동량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또 식단 운동량 등 개인이 사전에 설정한 건강목표를 달성하면 6개월동안 최대 1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올 연말 기준 누적 48만 명이 참여 중이다.
스마트워치 제조사의 앱을 활용해오던 서울시는 자체 앱을 만들어 이날 오전 6시에 개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버에 이상이 생긴 건 오전 9시 이후부터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신규 회원 2만명 모집을 앞두고 한 때 4만명 이상이 동시에 몰리는 등 접속자가 일시에 집중되면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 새로운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구축한 이유는 다양한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난 6월부터 전용 앱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투입한 예산은 총 16억원이다. 세 개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앱 기획,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맡았다. 혼자 운동하기 어려워했던 참여자들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로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했고, 개인이 소유한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를 새로운 전용앱과 연동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1일 앱을 개시하는 게 목표였지만 마지막 테스트 과정에서 몇몇 오류가 발생해 오픈일을 연기했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추가 점검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과의 약속을 깨고 1주일가량 시간을 벌었지만 손목닥터9988 앱은 오후 4시 기준 여전히 정상적으로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앱 메인화면을 통해 "기존 사용자와 신규 회원 가입 신청자가 일시적으로 집중돼 신규 회원 가입이 지연되고 있다"고 안내문구를 띄웠다. 하지만 언제부터 회원가입 신청을 재개하는지는 공지하지 않았다.
민간 기업도 많은 자원을 들여야 하는 건강관리 앱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입자 수, 트래픽 분석 등을 잘 끝낸 상태에서 예산 규모와 개발 기간을 치밀하게 계산해 독자적인 앱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때 종종 이런 부분이 간과되곤 한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