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제도 개편? 하나의 메시지로 설득하라!

입력 2023-12-19 15:06


HR제도는 구성원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다.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가치와 기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IT 인재 확보가 중요할 때 IT 관련 자격증 수당 신설이나 IT 인재에 대한 보너스 지급은 이 분야 기술 습득을 장려하고, 인재 이탈을 방지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데 HR제도가 서로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직급 간소화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회사가 직급을 폐지하고 호칭을 통일한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구성원이 거부감을 느끼는 걸 우려하여 기존 다단계 임금체계와 승진제도는 그대로 남겨둔다. 구성원은 이러한 변화를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일까? '능력 중심'보다는 '연공서열'을 여전히 중시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승진은 임금인상의 주요한 수단이다. 맡은 일에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직급 상승에 보다 신경쓰는 게 당연시 된다. 직급과 보상체계에 담긴 상반된 메시지로 인해, 직급 간소화라는 큰 변화는 별다른 효과를 불러오지 못하게 된다.

"어떤 조직이 이런 식으로 운영하겠나" 생각되겠지만 실제 많은 기업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이다. HR제도 개편은 복잡한 과정이다. 회사는 전체 제도를 손보는 대신, 상대적으로 도입이 쉬운 부분만 변화를 시도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종종 구성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며, 개선 노력에 비해 미흡한 결과를 가져온다. 시간이 지나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보면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개선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는다.

대개 이런 경우 문제는 새로 도입한 제도 그 자체보다는 구성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HR제도를 개편할 때에는, 구성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기존 제도를 뜯어보고, 메시지에 맞게 HR제도를 재구성해야 한다. 만약 메시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제거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구성원은 HR제도 도입 초기에 보수적으로 반응한다. 혹시라도 나에게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닐지 걱정하며,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의 주시한다. 이러한 구성원의 공감을 끌어내려면 회사 전체적으로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만 한다. 전 구성원이 같은 메시지를 느끼고, 이해하고, 이 메시지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할 때에 비로소 HR변화에 몰입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능력 중심의 인사 운영을 전개할 것이고, 구성원은 능력에 따라 업무 기회와 보상을 받는다’고 메시지를 설정할 수 있다. 이 메시지를 기준으로 회사의 기존 제도를 분석해보자. 작게는 자격 수당을 직급이나 연차를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지 않은지, 크게는 리더 선임 시 능력과 경력 연차 중 어느 요인을 더 크게 고려하는지 등을 점검하는 식이다. 만약에 ‘연공서열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기존 HR 제도를 남겨놓는다면 구성원의 속마음은 어떠할까? 우리 회사가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위배되는 제도를 발견했다면 작든 크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관된 메시지의 HR제도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먼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도움을 준다. 기존에 고직급자를 대상으로 지급하던 수당을 폐지하고, 이 예산을 핵심 인재 보너스로 전환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는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새로운 HR 메시지에 맞게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구성원들에게 회사가 우수 인력을 중시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시에 재무적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유사한 목적을 가진 제도들이 중복 운영되고 있다면, 이를 통합함으로써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한 회사 내에 유사한 잡 포스팅 제도가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 A제도는 1~5년차를 대상으로 연1회 시행하고, B제도는 R&D 부서 내부에서 시행하고, C제도는 5년 이상 동일부서 근무자를 대상으로 연1회 시행하는 식이다. 세 가지 제도 모두 도입 당시에는 의도와 목적을 갖고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하다 보면 세 가지 제도가 혼재되어 구성원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 구성원에게 ‘능력에 따라 업무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면, 세 개 제도를 통합하여 ‘ㅇㅇ스킬을 가진 사람은 XX직무에 지원할 수 있다’로 운영 방식을 명확히 해야한다

일관된 메시지 전달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다. HR제도가 명확하고 일관되면, 구성원들은 제도의 취지와 목표를 더 쉽게 이해한다. 예를 들어, 성과에 기반한 보상 체계가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고 보상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는 전체적인 직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일관된 HR제도는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만약 성과평가 시스템이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성과와 관련된 피드백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

HR제도 변화는 많은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심스러운 변화를 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도 개편을 결정했다면 제대로 된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성원에게 제대로 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이 구성원의 변화 동참으로 이끌어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조은비 MERCER Korea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