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로'보다 더 나빠진 저출산

입력 2023-12-17 18:26
수정 2023-12-18 01:27
한국의 인구구조가 과거 통계청이 전망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50년 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출산율과 고령화 비중, 부양인구 등 거의 모든 인구적인 측면에서 가장 비관적인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과거 ‘장래인구추계’에서 예측한 저위 시나리오보다도 나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총 네 차례 향후 50년간의 인구 흐름을 전망한 장래인구추계를 내놨다.

통계청은 2011년 발표한 ‘2010~2060년 인구추계’에서 2022년 합계출산율로 중위 추계 1.37명, 저위 추계 1.0명을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저위 추계를 한참 밑돌았다. 출생아 수도 마찬가지다. 2011년 추계에서 예상한 2022년 출생아 수는 저위 추계로 32만 명이었다. 2016년 예측한 2022년 저위 추계치는 35만1000명으로 더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는 24만6000명에 그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2022~2072년 인구추계’ 역시 중위보단 저위 추계치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준이다. 유엔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인구전망과 비교해보면 OECD 38개국 가운데 2067~2072년 인구성장률에서는 한국이 -1.3%로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72년 47.7%로 1위를 차지하게 된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한국이 2022년 71.1%로 38개국 중 가장 높지만, 2072년에는 45.8%로 유일하게 50%를 밑돌게 된다. 기대수명은 2072년 91.1세로 가장 오래 사는 국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는 2022년 40.6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서 2072년 104.2명으로 1위에 오르게 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