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통신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세계 시장 주도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세계 각국이 6세대 이동통신(6G) 도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이 제안한 6G 주파수 대역이 표준 후보로 확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연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한국이 제안한 6G 주파수 후보 대역 4개 중 3개가 최종 후보로 채택됐다고 발표했다. 4.4~4.8㎓(기가헤르츠), 7.125~8.5㎓, 14.8~15.35㎓ 등 세 가지다. 각국이 제안한 후보 대역 23개 중 이들 주파수 대역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평가받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국이 제안한 6G 주파수 대역이 최종 후보로 낙점되면서 기존 사업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2027년 열릴 차기 WRC에서 6G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WRC는 세계 각국 주파수 분배와 전파통신 분야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ITU가 3~4년마다 개최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약 한 달간 열린 이번 회의엔 162개국에서 약 3800명이 참석했다. 한국은 과기정통부 국방부 삼성전자 등 민·관 전문가 49명이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항공기 내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쓸 수 있는 길도 열렸다. WRC는 항공교통 관제용 주파수를 고도 400~600㎞ 저궤도 위성용으로 새로 할당했다. 기존 항공·선박용 위성통신 서비스는 고도 3만6000㎞에 떠 있는 정지궤도 위성 등을 주로 써 끊기는 일이 많았다. WRC는 항공기와 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저궤도 위성 기반 이동형지구국(ESIM) 운용 조건을 이번에 처음 마련했다. ESIM이 도입되면 기내에서 4세대 이동통신과 비슷한 500Mbps(초당 메가비트) 속도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국내 와이파이(WiFi)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6㎓ 대역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양국 공조로 이번에 ITU 전파규칙에 6㎓ 대역에서 와이파이 이용이 명시됐다. 전파규칙에 와이파이 관련 규정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파 혼간섭 없이 고속 와이파이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10여 년 전부터 추진 중인 제4 이동통신사 탄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로부터 회수한 5세대 이동통신(5G)용 28㎓ 대역 주파수 할당 신청을 19일 마감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모바일 컨소시엄 등 1~2곳이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현/이해성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