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성과로 꼽히는 한국과 네덜란드 간 반도체 협력 강화를 ‘숟가락 얹기식 외교’라고 폄하하고 나섰다. 순방 중 삼성전자와 ASML이 맺은 1조원 규모 공동 연구개발(R&D)센터 건립 양해각서(MOU)를 두고선 “해당 R&D센터는 이미 건설 중인데 대통령 순방 성과물로 포장했다”고 깎아내렸다.
반도체업계에서는 “ASML이 짓고 있는 장비지원센터와 이번 R&D센터는 서로 다른 별개의 프로젝트인데 정쟁에 골몰한 나머지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않고 ‘가짜뉴스’를 퍼뜨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대변인실 명의로 “민주당의 12월 15일자 브리핑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는다”고 공지했다.
앞서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ASML의 한국 R&D센터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만든 성과가 아니다”라며 “ASML은 이미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갖고 해당 R&D센터 건설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민간기업의 노력과 경기도·화성시의 지원으로 이뤄낸 성과를 ‘글로벌 반도체 동맹 완성’이라며 대통령 순방 성과물로 포장하고 가로채다니 기가 막히다”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임을 자처하려거든 남의 성과에 숟가락만 얹는 ‘꼽사리 외교’를 멈추라”고도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서 성사된 ASML-삼성 간 1조원 R&D센터 건립은 기존의 투자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논평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으로,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정치적으로 폄훼하려는 의도까지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ASML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인근에 2400억원을 투입해 ‘ASML 화성 뉴 캠퍼스’를 짓고 있다. 작년 11월 기공식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 등 보도자료를 보면 해당 시설은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 재제조(재생)와 트레이닝 등 지원센터가 주된 기능으로 명시돼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ASML이 이달 12일 ASML 본사에서 맺은 MOU는 한국에 차세대 EUV 기반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공동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R&D센터가 기존에 ASML이 확보한 화성 부지에 들어설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ASML 화성부지 옆에 SRT(수서고속철도)가 지나가는데 진동 문제가 있으면 다른 부지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ASML의 노광장비 연간 생산량은 고작 10대에 불과하다”며 “삼성은 ASML과 공동연구로 장비 확보는 물론 최첨단 반도체 공정 역량을 강화하는 데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 대변인은 17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 15일 브리핑은 사실과 달라 삭제 조치하겠다”며 “대통령실의 해명을 납득하고 사실과 달랐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오형주/김익환/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