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꿈을 위해 달려왔던 동생이 갑작스럽게 죽은 뒤로 자신의 소비습관이 크게 바뀌었다며 혼란을 겪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동생이 죽고 소비습관이 바뀌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서른 살 직장인으로 본인을 소개한 작성자는 "2년 전 한 살 터울의 여동생이 사고로 죽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빵집 차리는 것을 일찍이 꿈으로 설정했던 아이여서 온갖 자격증을 따고 매일 연습하고 또 일하면서 창업 자금을 모았다"며 "이러느라 20대에 무엇을 해본 것도 없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었다. 연애와 여행, 친구들과의 추억이 하나도 없이 그렇게 간 것"이라고 적었다.
작성자는 "매번 가게 차려서 잘 되면 명품가방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피부과도 다니고…언니한테도 이런 것들 모두 해주겠다고 했던 동생이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동생의 사고 이후 확 달라진 자신의 소비습관에 놀랐다. 그는 "이후부터 제가 해외여행도 1년에 세 번은 가려고 하고 공부도 배우고 싶은 것은 인강이나 구독 등 결제를 망설임 없이 하고 있더라"며 "꾸준히 하는 운동도 있는데 새로 또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강습비라든가 장비비용에 흔쾌히 투자한다. 취미생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동생이 죽은) 그 때부터 제가 좀 더 즐기면서 사는 것에 크게 의미를 뒀던 것 같다"고 했다. 작성자는 "일반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고 월급도 평범하지만 이게 제 삶의 낙이고 모으는 돈이 적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본래 경제관념에 대해 항상 강조해 오시던 부모님도 이제는 제가 매일 놀러다니든, 비싼 운동을 배우든, 결혼을 하든 말든 아무 상관 없고 오직 행복하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고 했다.
작성자는 "그런데 어느샌가 이게 맞나 싶고, 회사 일에만 너무 몰두해 있으면 이러다 죽으면 억울해서 어떡하나 싶기도 하다"며 "이상한 생각과 잡념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 분명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뭔지 모를 불안함과 강박감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대체로 작성자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이들 누리꾼은 '남들이 보기에는 노후대책도 없이 버는 족족 다 쓰는 것으로만 보일지 몰라도 그게 맞다. 지금 행복한 게 최고더라', '운동하고 여행하고 취미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가 될지 몰라도 술 마시고 무너져서 우울하게 사는 모습보다 훨씬 예쁘게 보일 것이다, 부모님 눈에도 하늘나라에 먼저 간 동생에게도…잘 하고 있다', '암에 걸렸다 완치됐다든가 가까운 사람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경우 소비습관이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식으로 살든 자신의 인생이니 행복하게 후회 없이만 살면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등 의견을 남겼다.
다른 한 편으로는 '동생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했다기보다는 꿈을 위해 가치를 두고 행복을 느꼈던 사람일 것이다. 때문에 소비하고 즐기며 산 것보다 덜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거나 덜 행복을 느끼고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라우마 상태를 3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나도 비슷한 경험으로 소비벽에 휘말렸지만 결혼 준비할 때 되니 많이 후회되더라', '현실을 즐기며 살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너무 놓지는 말았으면 한다' 등 의견을 남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