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증권이 내년 한국 반도체기업의 순이익을 약 49조원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36조원 대비 10조원 이상 많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내년 상반기에 276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노무라증권은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이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한국 증시 전망'을 발표했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아시아·태평양증시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며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8% 성장한 1682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회복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내년 한국 반도체 기업이 세 자릿수(100% 이상)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낸드플래시는 최근 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60%까지 내릴 정도로 극한의 감산을 하면서 현물시장 가격이 저점 대비 2배 오른 상황"이라며 "디램은 인공지능(AI)에서 비롯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영향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구매처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겠다고 앞다퉈 나서면서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상반기 276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노무라증권의 전망이다. 박세영 노무라증권 한국본부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를 포함해 한국 기업이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가져온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방위산업 분야가 내년 상반기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릴 전망"이라며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삼성SDI, 셀트리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톱픽"이라고 했다. 이어 "한온시스템과 엔씨소프트에 대해서는 비중 축소를 권한다"고 했다.
코스피 전체 순이익은 내년에 61.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13.8%보다 월등히 높고, 노무라증권의 아시아 국가 증가율 전망치 중 최대다. 박 센터장은 "한국 기업의 올해 감익이 컸기 때문에 기저효과 또한 크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또한 합리적 수준이어서 한국 증시에 대해 '전략적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을 희석시키는 이벤트"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다른 기관보다 낮은 1.9%로 예측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2%대 초반 성장을 예측하는 것에 비해 낮다. 노무라증권이 이렇게 예측하는 건 내년 하반기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의 수출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게 노무라증권의 전망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한국·대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하반기 미국 빅테크의 지출 계획이 보수적으로 잡혀 있는데 이는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이로 인한 수출 감소에 더해 주택시장도 꺾이며 경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근원소비자물가지수가 내년 2분기에는 2%대로 내려올 것"이라며 "이에 힘입어 기준금리가 7월부터 인하되기 시작해 연말께에는 2.5%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