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최대 세 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아시아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연 3.0%로 제시됐다.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두 번 인하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경우 한국도 세 번까지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는 “내년 중반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2%대 하단까지 안정돼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한은이 두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으며, Fed가 이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하 시점은 내년 7월 이후로 제시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내년 상반기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지 않아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도 “환율 등 변수가 없다면 Fed가 금리를 인하한 뒤인 내년 7월쯤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332%로 전일 연 3.525%에서 0.193%포인트 하락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0.207%포인트 하락한 연 3.258%로 마감했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시장 기대만큼 빠르게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미국 등 세계 주요국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올해 4분기 전문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3분기 2.5%에서 0.5%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6%로 0.1%포인트, 내년은 2.4%에서 2.6%로 0.2%포인트 높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2차 파급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공공요금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