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먹는 낙태약 판매를 금지·제한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낙태약 규제 판결이 나오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경구용 낙태약 판매 규제 사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제5 연방항소법원의 낙태약 규제 판결에 대한 최종심이다. 뉴올리언스 항소법원은 지난 8월 낙태 약물인 미페프리스톤의 원격 처방 및 우편 배송을 금지하고, 사용 기간을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 법무부와 약품 제조사 댄코래보라토리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대법원이 본안 심리를 하기로 했다. 미페프리스톤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2000년 허가한 이후 주기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처방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낙태의 절반가량이 이들 약물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조만간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며, 판결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내년 6월 말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6월 미국 대법원은 임신 24주 이전까지 낙태권을 보장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법원 판결 이후 공화당이 집권한 텍사스주 등에서 잇따라 낙태를 규제했다. 그 여파로 같은 해 11월 치러진 중간 선거에서 여성과 진보 성향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리며 공화당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