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이 7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 가능성에 베팅했지만 실제 가격은 거꾸로 움직이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어서다.
14일 오후 4시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선물 1월 인도분은 배럴당 69.81달러에 거래됐다. 연중 고점인 지난 9월 27일 93.68달러에 비해 25% 넘게 하락한 것이다. WTI 가격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 산유국 감산 등의 영향으로 올 3분기 급등세를 보였다. 10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발발로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불거지면서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시기를 전후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WTI 관련 파생상품을 많이 사들였다. 10월 초부터 이날까지 KODEX WTI원유선물(H) 상장지수펀드(ETF)를 263억원어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을 222억원어치 사들였다. WTI 가격을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과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ETF는 같은 기간 각각 451억원어치, 41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가가 오를 것에 베팅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원유 파생상품 상당수에서 손실이 나고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 범위 내로 들어오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는 점 등이 반영된 결과다.
향후 유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배럴당 70달러 인근에서 더 하락한다면 산유국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장 개입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유가가 저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맥스 레이튼 씨티그룹 글로벌원자재리서치센터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를 통해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내년 유가가 심각한 폭락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 경우 유가가 현시점 대비 30~5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