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4일 11: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 세미파이브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미파이브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 대형 증권사들에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내년 초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주관사를 선정한 뒤 공모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기술성 평가에 통과한 후 2025년 증시 입성이 목표다.
이 회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반도체 설계를 전공한 조명현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국내 최대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이자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로 널리 알려져있다.
다른 디자인하우스와 달리 자체 반도체 설계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일반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주문을 받아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가 설계한 코드를 생산할 수 있는 도면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세미파이브는 설계와 제조 간 다리 역할 뿐만 아니라 팹리스에 설계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고객사가 원하는 부분만 바꿔 제공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공정을 효율화한 덕분에 설계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비용도 줄였다.
자체 반도체 설계자산(IP)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말 미국 IP 회사 아날로그 비츠를 인수하고 설계 역량과 IP 기반을 확보했다.
IB 업계는 세미파이브의 기업가치를 7000억원 대로 추정하고 있다. 올 3월 두산과 신한투자증권, SV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675억원의 투자받았을 당시 기업가치를 45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두산은 신주 190억원과 구주 14억등 총 200억원을 투자했다. 두산은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두산테스나(옛 테스나)를 인수한 데 이어 세미파이브의 플랫폼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의 지분율은 4%대다.
KDB산업은행도 300억 원을 투자해 6.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세 차례에 걸쳐 세미파이브에 투자했다.
창업 이후 누적 투자금액은 24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시리즈A 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7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과 2022년 세 차례 투자를 거쳐 기업가치가 6배 이상 불어났다.
회사 측은 상장 시 조단위 시가총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AI(인공지능) 반도체 양산이 본격화하면 실적이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와 엣지용 AI 반도체 설계 플랫폼을 기반으로 14나노 공정 기반의 인공지능(AI) 시스템온칩(SoC)을 개발을 완료했으며 대량 양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다만 팹리스 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비가 많이 투입돼 적자 규모가 늘고 있다. 같은 기간은 영업손실은 426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늘었다.
일각에선 팹리스 유니콘 ‘파두 사태’의 영향으로 팹리스 기업의 미래 추정 실적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기업가치 산정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로 팹리스 기업의 기술평가 기준이 강화돼 공모를 진행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는 내후년쯤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