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제품으로 인정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육성한다. 해외 자원개발 투자와 핵심 광물의 정·제련 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정부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차전지 전주기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에 사용후 배터리 재제조·재사용·재활용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용후 배터리에 대해서는 성능검사→유통 전 안전검사→사후검사 등 3단계 안전 점검 체계를 도입한다. 전기차 폐차 시 배터리 탈거 전에 성능 검사를 시행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폐기물이 아니라 제품으로 인정해 준다.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부터 운행, 순환 이용까지 전주기 이력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도 구축한다. 배터리 이용 주체 및 성능 평가자가 단계별로 정보를 입력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번 규제 개혁에서 사용후 배터리를 분해하고 리튬, 니켈 등 유가금속(희소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사용·재제조에 비해 재활용은 배터리 셀을 파괴하는 공정이 포함돼 환경에 유해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재활용 과정에서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순환자원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폐기물로 지정되면 공정 설치 인허가, 입지 규제, 보관, 운송, 거래 등에 걸쳐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는 현재 반도체 등에 적용 중인 특허 우선심사 제도를 도입해 2차전지 특허 심사 기간을 21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한다. 또 내년 상반기 전기 이륜차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전기사업법상 전기차 충전 사업으로 인정해 전기판매사업 허가를 면제해준다.
정부는 광물·소재·완제품 등 2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38조원 이상의 정책 금융을 지원한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차세대 2차전지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만 5년 동안 1172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정부는 2차전지에 사용하는 핵심 광물의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광업권·조업권 취득을 목적으로 한 해외 자원 개발 투자에 세액 공제를 도입한다. 2024년 투자분부터 적용하며 투자 및 출자액의 3%까지 공제한다. 해외자원개발 융자지원은 투자액의 30%에서 50%로 확대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