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400%대 SK해운, 높아지는 사모채 의존도

입력 2023-12-13 16:34
이 기사는 12월 13일 16: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해운이 자금조달을 위해 사모채 시장의 문을 잇달아 두드리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 등으로 공모채 시장 대신 사모채 시장에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해운은 지난 12일 160억원어치 2년물 사모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6.9%로 책정됐다. 강제상환 옵션을 내건 게 특징이다. 통상 강제상환 옵션은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2단계 이상 떨어질 경우 조기상환해야 한다.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1982년 설립된 SK해운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와 화물 등을 해상 운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해운은 사모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해운은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 사모채 시장을 찾았다. 올해 사모채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총 979억원에 달한다.

SK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매겨지지 않은 상태다. 2018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SK해운을 인수한 이후 공모채 시장을 찾고 있지 않아서다. 대신 단기 신용등급만 책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해운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로 매기고 있다. 회사채로 따지면 BBB급 이하다.

재무구조 개선 등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모채 대신 사모채 시장을 주로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모채는 공모채와 달리 수요예측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미매각에 따른 평판 저하 우려가 적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해운의 올해 9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444.6%, 순차입금의존도는 74.2% 수준이다. 순차입금은 2021년 4조7806억원에서 올해 9월 말 5조4440억원으로 뛰었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신조선 투자 등과 관련해 외부차입이 확대됨에 따라 전반적인 재무구조의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해운뿐 아니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사모채 시장에서 강제상환 옵션을 내걸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포스코 그룹 계열 건설사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4일 강제상환옵션을 걸고 2년물 사모채 1000억원을 찍었다. 건설사에 대한 공모채 투자심리가 주춤하면서 사모채로 우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