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귤에 술 '콸콸' 충격…기안84 만들더니 '인기 폭발' [이슈+]

입력 2023-12-13 20:00

최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곰팡이가 가득 핀 과일 박스에서 천혜향을 꺼내 담금주를 만들었다. 이를 보고 '귤 담금주'를 만드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과일 등을 활용해 담금주를 만들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무작정 따라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8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기안84가 썩은 천혜향이 가득 담긴 박스에서 자체적으로 괜찮다고 선별한 천혜향 몇 개를 꺼내 '귤 담금주'를 만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해당 회차는 당시 뉴스 기사 및 VON 게시글 수 1위에 오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방송에서 기안84는 플라스틱 통에 소주와 설탕, 천혜향 등을 계량하지 않은 채 섞어 넣고, 미리 준비해둔 담금술병을 가져와 가득 담았다. 기안84는 맛을 보더니 "넣은 물이 너무 많다", "맛이 너무 달다"며 다른 통에 옮기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이유 있는 과학실험. 당도 조절을 위한 희석'이라는 자막도 달렸다.


이후 이런 모습은 '곰팡이 귤로 술 담가 레전드 찍은 오늘 자 기안84 근황' 등 제목으로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됐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사람들이 따라 할까 봐 무섭다", "실험정신은 좋으나 전문가가 나서서 심각하게 얘기해줘야 한다", "곰팡이는 암을 유발하고 손으로 만져서도 안 되는데 위험해 보인다" 등 부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일각에서의 우려와 달리 담금주 만들기에 대한 관심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해당 방송이 공개된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온라인상에서 '담금주 만들기'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특히 '귤 담금주' 검색량은 같은 기간 대비 검색량 증가율이 2050% 뛰었다.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에는 '기안84가 망친 레시피 귤 담금주 만드는 법', '기안84 귤 담금주 따라 만들어보기' 등 후기가 담긴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방송을 보고 직접 담금주 만들기에 나섰다는 한 시청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나 혼자 산다를 보고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급하게 만들어봤다"며 "귤이 흔한 계절이다 보니 집에 있는 귤로 쉽게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담금주는 과일이나 약재, 꽃 등의 재료를 소주 등 술에 함께 담가 우려낸 술을 의미한다. 과일과 꽃잎, 산야초 등에 설탕이나 술을 넣고 숙성시키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안84처럼 귤에 핀 곰팡이 부분을 잘라내 먹는 행동은 위험하다. 장기 보관해 곰팡이가 덮인 귤은 통째로 버려야 한다. 곰팡이가 일부에만 핀 것으로 보이더라도, 수분이 많은 귤에는 곰팡이가 과육 깊숙이 침투해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담금주를 만들 때는 원료 선택부터 제조까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담금주의 기본이 되는 원료를 선택할 때는 과일의 맛과 향이 좋은 제철 과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분 높은 과일 등은 도수를 높게, 매실과 수분이 적은 원료는 도수를 낮게 사용해야 한다. 시판되는 담금 용 술의 알코올 도수는 25도, 30도, 35 등이 있는데 이는 원료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금주를 보관할 때는 가급적 산소와 햇빛을 피해 서늘한 곳에 두고, 맑게 여과해서 먹어야 한다. 담금주병은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진 것을 세척 및 소독한 후 사용해야 한다. 백선피 뿌리, 만병초 잎, 투구꽃 뿌리 등 독성이 강한 원료는 피해야 한다. 대한임상독성학회지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 '만병초' 담금주를 마시고 어지럼증과 구토 등을 호소하다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담금주는 요새 트렌드 식품 중 하나로 눈길을 끌고 있는데, (이번에 기안84의 사례처럼) 방송에서 식품을 만드는 장면을 내보낼 때 올바른 제조 방법에 엇나간 경우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젊은이들의 식생활을 해치는 지름길"이라며 "호기심에라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여러 식자재를 섞어가면서 '몸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